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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명령상 관세율이 맞다더니 인도 등 17국 하루 만에 번복

미국 정부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발표한 상호 관세 중 한국 관세율을 26%에서 25%로 하루 만인 3일 조정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설명할 때 들고 나온 차트엔 한국 관세율이 25%, 행정명령에는 26%로 다르게 적혀 있어 혼란이 일었다.

백악관은 본지에 3일 오전까지도 "행정명령상 관세율(26%)이 맞는다"고 거듭 확인했지만 오후엔 이를 번복하고 '트럼프 차트'에 맞춰 25%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런 혼란은 트럼프 정부가 상호 관세 산정과 발표를 졸속으로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외에도 상호 관세 부과 대상 57국 중 인도·스위스·남아프리카공화국·필리핀 등 17국의 관세율이 3일 일제히 수정됐다. 전체의 30% 가까운 수치를 하루 만에 바꾼 셈이다. 백악관은 수정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실은 당초 "행정명령이 맞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세율을 산정한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산식에 따라 주미 한국 대사관 당국자들이 계산한 결과 26%보다는 25%가 맞는다고 파악됐다. USTR의 산식은 해당국에 대한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를 그 나라에서 수입한 액수로 나눈 뒤 다시 2로 나눈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는 660억달러, 미국의 한국산 상품 수입액은 1315억달러로 이를 나누면 50.2%다. 미국이 관세율을 '할인해 주겠다'고 밝힌 대로 50.2%를 다시 2로 나누면 25.1%다. 26%보다는 25%에 가깝다.

미 대사관 관계자는 "조현동 대사 등이 미 정부에 수정을 요청했고 3일 오후 고쳤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이날 관세율을 1%포인트 내린 덕에 한국산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연간 13억1500만달러(1315억달러의 1%·약 1조9000억원) 주는 셈이다.

한편 경제학계에선 이런 계산법을 놓고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구조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초 산수 수준의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3일 소셜미디어 X에 이런 계산으로 관세율을 산출하는 것이 "창조론을 생물학에, 점성술을 천문학에, (백신에 회의적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상을 백신 과학에 비유하는 것과도 같다"고 썼다.

워싱턴포스트(WP)도 "너무나 단순한 이 산식이 전문가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액션 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이킨 회장은 WP에 "(상호 관세율 계산은) 자의적이고 임의적"이라며 "트럼프는 이런 계산 방식이 좋았을 것이다. (관세율과 상관없이) 결국 모든 것이 각국과 개별 협상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신 국제 무역 컨설턴트 드미트리 그로주빈스키는 캐나다 CBC방송에 "마치 천국에서 성 베드로가 당신의 삶이 의로웠는지 평가하기 위해 생전에 낸 주차 벌금을 속도 위반 벌금으로 나눈 비율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며 "이 공식은 정말 게으르고 아마추어적이며 과자 봉지 뒷면에도 쓸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고 했다. 기고자 :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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