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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전쟁 3년 기자회견
＂美와 희토류 협상 진전 이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위해 대통령직을 내놓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최근 젤렌스키와 설전을 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비난까지 내놓자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3주년(2월 24일)을 앞두고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평화를 위해 대통령직을 포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대통령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통령직을) 나토 가입과 교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이어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사실상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강력한 파트너가 돼 주길 바란다"며 "중재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내 입장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며 "러시아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를 '선거를 거부하는 독재자(dictator without elections)'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시 계엄령으로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지 못한 것을 빌미로 삼은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같은 이유로 "젤렌스키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내가) 진짜 독재자였다면 기분이 상했겠지만 나는 독재자가 아닌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다.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우크라이나 헌법은 계엄령하에선 대통령 선거를 치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의 희토류 협상에 대해선 "진전을 이루고 있다. 오늘도 양국 당국자들이 연락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등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개발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이나 미군 배치처럼 명시적인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제1부총리 겸 경제 장관은 "러시아군에 점령된 영토에 3500억달러(약 503조4750억원) 상당의 중요 자원이 매장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미국이 더 많은 이익을 원한다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넘겨선 안 된다는 의미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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