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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윤동주(1917~1945) 시인이 생전에 재학했던 일본 교토의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명예문화박사 학위를 받았다〈본지 2월 17일 자 A18면〉. 그의 80주기 추도식을 겸해 열린 뜻깊은 행사였다.

도시샤 대학은 미션스쿨이다. 이 땅의 문인 중 윤동주 말고도 도시샤 대학을 다닌 이들이 더 있었으니, 오상순, 김말봉, 정지용이다. 윤동주는 투옥되는 바람에 졸업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3명은 졸업장을 들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대학 교정에 외국인 학생을 기리는 시비 2개가 함께 서 있는 경우는 세계에서 이 대학뿐일 것이다. 윤동주의 시비가 캠퍼스 앞쪽에, 정지용의 시비가 약간 뒤쪽에 있다. 윤동주의 '서시'와 정지용의 '압천'을 시비를 통해 읽으면 비감(悲感)에 사로잡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윤동주는 광복의 날이 오기 반년 전인 2월 16일 후쿠오카의 감옥 독방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양국 문인들이 1995년 시비를 건립했으니 올해가 시비 건립 30주년이다. 정지용 시비는 한국인들이 힘을 써 2005년 건립했다. 정지용은 1925년 영문학과에 입학해 1929년 졸업해서 평생 영어 교사로 살았다. 1926년 유학생들의 동인지 '학조'에 발표한 '카페 프란스'는 한국 모더니즘 시의 효시다. 납북되던 중 소요산 부근에서 폭격에 휘말려 사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오상순은 1912년 종교철학과에 입학해 1917년 졸업했다. 조선중앙불교학교와 보성고보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광복 이후에는 교단에서 내려와 나그네가 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디오게네스 같은 삶을 살았다. '찔레꽃' '밀림'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김말봉은 1924년 영문학과에 입학해 1927년 졸업했다.

오상순은 일문으로, 정지용과 김말봉은 영문으로 써 논문이 통과되었다. 김말봉은 일경이 찾아와 일본어로 소설을 쓰라고 하자 일본어를 잘 몰라서 못 쓴다고 둘러댔지만, 유학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변명이 소용없게 된다. 그래서 광복이 되는 날까지 절필했다.

일본 교토를 여행한다면, 이 네 명의 문인들이 다녔던 도시샤 대학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고자 :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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