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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80만명이 방문하는 뉴욕의 근대미술관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바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 ~1890)의 '별이 빛나는 밤' 앞이다.

'별이 빛나는 밤'은 1941년에 근대미술관 소유가 됐다. 특이한 점은 구입이 아니라 세 명의 설립자 중 하나였던 컬렉터 릴리 블리스(Lillie P Bliss· 1864~1931)의 유증에 따라 '교환'으로 얻었다는 것. 근대미술관은 블리스의 유산 중에서 세잔의 초상화와 정물화, 툴루즈 초상화, 이렇게 세 점을 '별이 빛나는 밤' 한 점과 맞바꿨다. 이게 가능했던 건, 블리스가 1931년 사망하면서 자신의 소장품 150점을 미술관에 기증할 때, 새로운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컬렉션을 팔거나 다른 작품과 교환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보통 한 개인이 전 소장품을 한 기관에 기증할 때는 자신의 삶과 열정이 고스란히 그 안에 담겼으니 절대 흩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기 마련이다. 그러나 블리스는 한때의 혁신도 세월이 흐르면 오랜 전통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근대미술관이 계속해서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미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오래된 소장품에 연연하지 않을 자유를 준 것이다. 오늘날 근대미술관이 자랑하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 또한 블리스 컬렉션 중 한 점을 팔아서 구입했으니, 블리스가 남긴 진정한 유산은 작품과 기금이 아니라 개방적인 정신이라고 하겠다.

'별이 빛나는 밤'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 사진은 누구라도 한 번쯤 봤겠지만 실제로 보면 회화가 아니라,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려 만든 조각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하지만 언젠가 이보다 더 빛나는 무언가가 나타나면 근대미술관은 '별이 빛나는 밤'을 주저 없이 내줄지도 모른다. 기고자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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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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