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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렇다면, 판사님이 저에게 또 질문할 권리가 있으신가요?" 그녀가 다른 어떤 어휘를 썼다면 그는 곱게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권리'를 운운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법'을 운운하는 것이고, 이것은 그만의 영역이었다. 그는 폭발했다. "뭐라고? 나한테 권리가 있느냐고?" 르 푸아트뱅이 고함쳤다. "이봐, 아가씨, 지금 당신은 법 앞에 있는 거라고! 당신은 법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어!"

- 피에르 르메트르 '우리 슬픔의 거울' 중에서

의사의 죽음과 연루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루이즈에 대해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했던 판사는 아름다운 그녀에게 사심이 있었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루이즈를 어떻게든 재판에 회부, 권위 앞에 무릎을 꿇리고 싶었다. 판사는 '자유 재량적인 사법'으로 루이즈를 소환한다.

"부인께서 고소해 주시면, 이 일에 대해 수사하여 갈취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요. 강탈 행위 말이에요!" 판사는 사망 당시 루이즈 앞으로 큰돈을 남긴 의사의 아내를 불러 재물갈취죄로 고소하라고 부추긴다. 루이즈가 이전에도 더 많은 금액을 갈취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판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재판도 하지 않았는데 고압적인 목소리로 형을 선고하듯 루이즈를 협박한다. "당신은 징역 3년에 10만 프랑의 벌금형을 받게 될 거야!"

피에르 르메트르는 55세의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프랑스 작가다. 그의 소설은 일단 손에 쥐면 놓기 싫을 만큼 재미있다. '우리 슬픔의 거울'은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독일에 점령되지만, 사랑을 향해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다양한 삶을 추적한다.

제발 고소해달라고 판사가 조르는데도 의사의 아내는 거절한다. 미운 남편을 빨리 잊고 싶어서였지만, 덕분에 루이즈는 법의 그물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재판이나 판사의 편견보다 큰 어려움이 몰아치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꼭 판사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아주 쉽게 타인을 판단한다. 그런 세상이 거대한 파도처럼 일상을 부수며 밀어닥칠 때가 있다. 그때 비상구가 되어주는 것은 대개는 너그러운 이해나 응원이겠지만, 자기 삶에 집중하느라 남의 일엔 상관하지 않는 타인의 무심함일 때도 있다.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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