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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1년여 만에 1심 징역형 뒤집혀

법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항소심에서 '하명 수사' 혐의를 받은 황운하(전 울산경찰청장) 조국혁신당 의원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2023년 11월 1심은 황 의원과 송 전 시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4일 선고 공판에서 "송 전 시장이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하고,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공모해 경찰이 김 시장 비위 관련 수사를 하도록 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고, 관련 증언 내용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문해주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도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명 수사와 울산시 자료 유출 혐의 등을 함께 받은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에게는 1심의 징역 3년보다 낮은 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1심은 두 혐의 모두 유죄로 봤지만, 항소심은 하명 수사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法 "증인의 증언 신빙성 떨어져"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6월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당시 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등을 통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도록 지시했다는 '하명 수사'가 핵심이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30년 지기 친구이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송 전 시장을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그러나 재판부는 "송 전 시장이 황 전 청장을 만나 김 시장 비위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다고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고, 1심이 증거로 인정한 증인의 증언은 구체성이 없어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1심은 "송 전 시장에게 '내가 (김 시장에 대한 수사를) 황 전 청장에게 청탁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을 증거로 인정했다.

또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김 시장 관련 지역 비위 정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넘기고, 이를 토대로 청와대에서 작성한 범죄 첩보서가 울산경찰청에 하달돼 김 시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청와대 개입'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송 전 부시장 측에서 청와대에 비위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서 "(범죄 첩보서는) 민심 동향 파악 등 민정비서관실 업무 관행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내 경쟁 후보 매수' '송 전 시장 공약 지원' 등 혐의를 받은 한병도(현 민주당 의원) 전 정무수석과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도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법조계 "앞뒤가 안 맞는 판결"

이날 판결에 대해 검찰은 "수긍하기 어렵고, 매우 부당하다"면서 "이날 판결은 채증 법칙을 위반하고 심리 미진에 해당하며, 종래의 대법원 판례에도 저촉된다"고 했다. 검찰은 "1심에서 신빙성을 인정받은 주요 증인의 증언에 대해 추가 신문을 하거나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신빙성을 배척했다"며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송철호 선거 캠프 핵심 관계자에게서 비위 첩보를 받아 은밀히 경찰에 수사를 지시한 점도 청와대의 정당한 직무 범위에 포함된다거나 민심 동향 파악의 일환이라는 피고인 측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 근거로 삼았다"고 했다.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판결"이란 비판이 나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증인 진술을 믿을 수 없었다면 직접 증인 신문을 해야 했다"며 "증인 신문도 하지 않고 1심이 인정한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하명 수사가 없었다면 왜 울산경찰청 경찰들이 수사 지시를 거부해 좌천됐겠느냐"며 "매우 기교적이고 형식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사건은 간접 증거로 피고인들의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유죄를 인정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선고로 이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들은 당초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작년 1월 서울고검의 재기 수사 명령으로 서울중앙지검이 다시 수사 중이다.

[그래픽] '울산시장 선거 개입' 항소심, 1심과 판단 왜 달랐나 기고자 : 김희래 기자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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