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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요르단과 연이어 회담

지난달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국가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며 정상 외교를 시작한다. 트럼프는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에서 두 번째 임기의 첫 정상회담을 갖는 데 이어 11일에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날 예정이다. 첫 해외 방문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한 상황이다. 중동 질서 재편이라는 트럼프 2기 외교의 주요 목표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와의 회담을 위해 2일 출국하며 "트럼프와 긴밀히 협력해 더 나은 방향으로 (중동)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같은 날 트럼프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 국가들 간의 대화가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1기 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아브라함 협정은 미완의 상태다. 2020년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등과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사실상 핵심인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수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202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협상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번 임기엔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네타냐후를 압박해 하마스와 휴전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첫 통화 상대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택했고, 지난달 기자회견에선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큰 나라이고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라며 "취임 후 첫 방문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를 성사시키고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해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는 첫 임기에 아브라함 협정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지만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아브라함 협정이 완성되면 중동에서 이란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우디를 필두로 한 수니파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이 연대해 이란·시리아 등 '시아파 벨트'를 고립시키는 것이 트럼프의 또 다른 목표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가 이란을 압박해 새로운 핵(核) 합의를 체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지난 임기에 이란과의 핵 협정(JCPOA)을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다만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하려면 팔레스타인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사우디가 관계 정상화의 '타협할 수 없는 전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지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합병을 주장하는 우파 연정이 집권한 이스라엘로선 수용하기 힘든 요구다.

이번 임기에도 트럼프는 집권 1기와 같은 노골적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이미 주(駐)이스라엘 대사로 "팔레스타인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극단적 친이스라엘 인사 마이크 허커비를 임명했다. 또 서안지구 내 폭력 행위로 기소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가자지구 주민 150만명을 요르단·이집트 등 주변 아랍 국가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요르단과 이집트가 반발하자 트럼프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두 정상은 오는 11일 백악관에서 만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트럼프가 요르단·이집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브라함 협정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체결됐던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외교 정상화 협정.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사이에 먼저 체결됐고, 이후 모로코와 수단이 합류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공통된 조상으로 여겨지는 예언자 아브라함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그래픽] 트럼프 미 대통령·베냐민 네타냐휴 이스라엘 총리 회담

[그래픽] 트럼프 미 대통령·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회담 기고자 : 텔아비브=김지원 특파원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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