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전 3권 '소스 코드' 중 첫 권 펴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만 70세를 맞아 처음으로 자서전을 냈다. 그가 미래 기술, 기후 변화에 대해 책을 쓴 적은 있지만 자서전은 처음이다. 4일 출간되는 책 제목은 '소스 코드(Source Code): 나의 시작(My Beginnings)'<위 사진>. 앞으로 나올 세 권짜리 자서전의 첫 번째다. 이를 계기로 영국의 더타임스,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도 했다. 인터뷰와 미리 소개된 책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75년 MS 창업으로 1987년 31세에 최연소 억만장자에 오른 그는 오랫동안 전 세계 부호 랭킹 1위(1995~2010년, 2013~2017년)였다. 현재는 1070억달러(약 156조원)로 16위 부호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재산이나 '최초의 조만장자'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자폐 성향을 가진 문제아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게이츠는 시애틀에서 변호사 아버지, 사회사업가인 어머니 아래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다만 게이츠는 "내 어린 시절은 지금 같으면 자폐 성향 진단이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특정한 일에 집착하고, 타인의 반응에 무감각하고, 무례하고 부적절하게 행동하기 일쑤였다. 6학년 땐 식사와 학교 시간 외에는 며칠째 말도 안 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기도 했다.

하지만 게이츠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그를 엄격히 가르쳤다. 집 안 시계는 늘 8분 먼저 가는 '엄마 시계(Mumtime)'에 맞춰졌다. 어머니는 식사 시간 엄수, 침대 정리 등에 대해 끊임없이 잔소리했고, 옷차림과 예절을 강조했다. 어머니는 "네가 잘하지 않으면, 엄마는 매우 부끄럽다"고 늘 말했다. 그러나 게이츠 방은 항상 엉망이었고, 초등학교 성적은 중간 수준인 B, C를 받았다. "엄마를 완전히 당황시키기 위해서 실패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저능아(retarded)" "유급(留級)시키자"는 말도 들었다.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았는데, 메트로놈처럼 말하면서 앞뒤로 몸을 흔들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게이츠는 심리 치료사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을 맞았다고 한다. 심리 치료사는 게이츠가 '부모와 싸우지 않고 세상과 싸우는 데' 집중하게 했다. 유명 사립학교 레이크사이드 스쿨에 진학한 뒤 지역 수학 경시 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비로소 타인을 의식하는 아이로 변해갔다. 자신이 학교에서 별로 똑똑하지 못한 아이로 취급받는 것을 알고, 9학년(14~15세) 때 학교에서 1등이 되기로 결심했다. 교과서를 두 벌 사서, 한 벌은 집에 두고 새벽녘까지 공부했다.

게이츠는 사회성은 결여됐지만, 집중력은 탁월했다. 10대 때 처음 작성한 컴퓨터 프로그램(코드·code)은 눈길 하이킹을 하며 매우 지치고 온몸이 젖었을 때 머릿속에서 만들어냈다고 한다. 고교 시절엔 전교생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하버드대에 진학한 게이츠는 컴퓨터에 더욱 빠졌고, 한 달 동안 하루 두 시간 정도 자면서 674시간을 컴퓨터에 매달린 적도 있었다. 결국 그는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MS를 창업했다. 게이츠가 구글·페이스북·애플 등의 창업자들과 다른 점은 수준급의 프로그래머라는 것이다.

게이츠는 '행운(luck)'이란 말도 되풀이했다. "MS 같은 회사를 내놓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합쳐지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내가 태어난 해, 부모님의 양육 방식, 백인 남성이라는 점, '당신 아이는 괴짜이지만, 똑똑해요'라고 말한 선생님, 나에게 현실 감각을 불어넣은 멀린다와의 결혼 등등 말이죠."

이 연속적인 행운에서 게이츠는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와의 이혼을 다른 어떤 실패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인생 최대의 '실패'라고 말했다. 1987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됐을 때, 마케팅 매니저로 채용한 멀린다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내 인생의 성공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 동안 이뤄진 것이고, 멀린다는 나를 죽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5월 멀린다의 뜻에 따라 이혼했다. 원인은 게이츠에게 있었다. 게이츠는 멀린다가 "악의 화신"이라고 부르는 미성년 성매매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과 몇 차례 어울렸고, 사내에서도 몇 건의 스캔들이 있었다. 그는 "멀린다와 나는 자녀 세 명과 손주 두 명이 있어 여전히 만난다"고 했다. 게이츠는 현재 오러클 CEO 마크 허드(2019년 사망)의 아내였던 폴라 허드(62)와 사귄다.

게이츠의 친할머니는 그에게 "공정·정의·성실"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이는 그가 재단을 설립해 자선 사업을 벌이는 원동력이다. 게이츠가 지금까지 낸 세금을 더하면 모두 140억달러(약 20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더 나은 조세 제도였다면, 400억달러를 내야 했다"고 했다. 게이츠 재단은 이 밖에 소아마비·말라리아·에이즈 퇴치에 590억달러를 썼다.

게이츠는 NYT 인터뷰에서 인터넷 등 기술 발전이 공공의 이익을 해치고 정치적 분열을 가속하게 될 것을 예측 못 했다고 했다. 그는 MS도 많이 투자한 인공지능(AI)이 악용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암호 화폐의 유용성을 묻는 질문엔 "전혀 없다"며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이철민 전문기자
본문자수 : 260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