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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의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파크'. 입구 천장은 'KOREA STARTUP' 등 한국 전시관을 홍보하는 현수막들이 빼곡했다. 올해 CES에 나온 한국 기업은 1031곳. 미국(1509곳), 중국(1339곳)에 이어 셋째로 많다. CES 출품작 중 기술성이 뛰어난 제품에 주어지는 혁신상을 받은 기업은 한국이 1위(129곳)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에서 이런 성과를 냈으니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장을 돌아보니 마냥 그러기는 어려웠다.

유레카파크는 스타트업들이 혁신성을 겨루고 글로벌 파트너들을 만나는 장이다. 미국, 일본, 대만, 유럽 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대학·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통해 자국 기술을 알렸다. 다만 그 수는 국가별로 1~2개였다. 반면 한국 전시관들은 유레카파크 1층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KOTRA, 창업진흥원, 수자원공사, 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들은 각기 다른 부스를 차렸다. 경기도, 부산시, 대전시, 강원도 등 지자체도 경쟁적으로 부스를 내놨고 서울시는 강남구·관악구·금천구 등 자치구 부스까지 내놨다. 현장을 찾은 한국인 관람객들은 발끝에 차일 정도로 많았다. 현장에서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 "이 정도면 행사를 강남 코엑스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모두 본래 목적대로 CES에 전시관을 내놨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자기 소관 스타트업들을 제대로 지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경쟁적으로 CES 부스를 차린 이유가 혁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혁신을 이뤘다고 국내에 홍보하러 온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한 공공기관 전시장 상단 전광판에는 "기획재정부 환영합니다" "해양수산부 환영합니다" 등 한글 문구가 떠다녔다. 한 공공기관장은 전시관을 찾아 한국 사람들을 모아놓고 본인의 '혁신관'에 대해 대대적으로 설파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사진을 함께 찍자는 한국인이 너무 많이 와서 부스 운영이나 파트너 미팅에 방해를 받았다는 스타트업 대표도 있었다.

CES가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미국 땅을 밟고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한국을 지금까지 키워온 원동력은 어떻게든 해외 시장을 공략해 수출을 일궈내는 혁신 정신이었다. 하지만 CES를 향한 일방적인 구애나 국내를 의식한 홍보전이 진정 혁신을 위한 길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적잖은 예산을 들여 여러 부스를 마련한 사이, 다른 나라 스타트업들은 실속 있는 성과를 거뒀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부스를 1~2개만 낸 것이 우리나라 스타트업보다 혁신 의지와 경쟁력이 부족해서는 아닐 것이다. 기고자 : 박지민 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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