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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352쪽 | 2만6000원

'유레카!'라는 말로 유명한 기원전 3세기의 아르키메데스는 '모래알을 세는 사람'이라는 작은 책 한 권을 썼다. 이 책은 참으로 희한한 계산을 하는데, 그것은 '우주 전체를 모래 알갱이로 채운다면 모두 몇 알이 필요한가'였다. '또라이' 아니냐고? 다 계획이 있었다. 이름이 붙은 가장 큰 숫자 단위가 '1만'에 불과했던 고대 그리스의 제한적인 수체계를 뛰어넘어, 훨씬 많은 숫자를 셀 수 있다는 '숫자의 유연성'을 보여주려는 계산이었다.

아르키메데스의 이 책은 또 다른 책 한 권을 언급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데, 그것은 사모스섬 출신 아리스타르코스라는 사람이 지었다. 그 책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는 얘기다. 아뿔싸! 지동설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16세기의 코페르니쿠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과학의 발전에는 한 가지 중요한 발명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복잡한 장비나 정교한 개념이 아니라 바로 '글'이었다는 얘기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이 기술이 없었다면 인류의 지식은 기껏해야 민담이나 수수께끼 수준에 머물렀으리라는 것.

위대한 과학 서적의 2500년에 걸친 역사를 다룬 이 책은 '히포크라테스 전집'과 중국의 수학서 '구장산술'부터 뉴턴의 '프린키피아', 다윈의 '종의 기원', 맥스웰의 '전자기학',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까지 망라한다. 그 책들이 시대마다 독자와 함께 호흡하며 인류의 발전을 비추는 환한 등대 역할을 해왔음이 친절할 정도로 자세한 도판과 함께 드러난다. 기고자 :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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