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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베르너 지음｜최소진 옮김｜마르코폴로｜990쪽｜5만7000원

위대한 20세기 지휘자를 꼽을 적마다 빠지지 않은 이름이 카를로스 클라이버(1930~2004)다. 하지만 다분히 역설적인 구석이 있다. "그는 냉장고가 비었을 때만 지휘한다"고 카라얀이 농담했을 만큼 '은둔형 지휘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라이버는 1973년 이후에는 악단을 이끌지 않고 객원 지휘자로만 활동했다. 남긴 음반도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의 음반들은 명반 목록에서 빠지는 법이 없다.

독일 언론인의 클라이버 전기. 클라이버의 아버지 에리히 역시 전설적 명지휘자였다. 이 때문에 이 부자(父子)가 '대립 관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이 전기는 '애증' 속에서도 '애정'의 흔적들을 찾아낸다. 실제로 에리히는 지휘자가 되겠다는 아들을 극구 만류했지만, 아들의 피아노 실력에 애태웠고, 아들의 지휘를 보러 갈 만큼 노심초사했다는 것이다.

간혹 '반주하다'를 '동행하다'로 옮기거나 체코의 도시를 독일어식으로 표기하는 등 들쑥날쑥한 번역은 옥에 티다. 출판사 측은 "주로 일본어판으로 작업하고 감수할 때 독일어판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일본어 중역(重譯)'이라는 의미인데, 미리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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