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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결국엔 70여 년 전 6·25전쟁처럼 끝나리라는 예상은 2022년 여름부터 나왔다. 개전 후 약 4~5개월 지난 시점이다. 서로 밀고 밀리는 전투를 거듭하다 어느 시점에 전선이 고착화할 것이고, 우크라이나의 반대에도 러시아와 서방이 끊임없는 소모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평화 협상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개전 1년을 앞둔 2023년 초가 되자 미국과 유럽의 유명 싱크탱크들이 아예 '한국전쟁 모델'이라는 용어로 이런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적지 않은 영토를 빼앗기겠지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협력 관계' 속에서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됐다.

당시에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 정도로 치부했던 것이 점점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마련했다는 '평화 협상안'의 주요 내용을 보니 더욱 그렇다. 전선을 동결해 양국의 경계로 삼고, 비무장 중간지대를 만들어 평화유지군을 배치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21세기 유럽 땅 한가운데에 제2의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주장과 다름없어 보인다.

미국과 서방이 뒤늦게나마 장거리 타격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에 나섰지만, 전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남아메리카 국가들과 연대를 통해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북한의 무기와 병력을 공급받아 군사적 역량을 보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대한 핵 위협 수위도 계속 끌어올린다. '우리는 몇 년이고 계속 버틸 수 있다'는 신호를 확실히 전하려는 듯하다.

우크라이나의 '한반도화'는 그들 입장에서 정말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네 차례 이상 우크라이나를 찾으면서 만난 군·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은 말이 "한국 같은 (분단된 휴전)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이유가 나왔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총성이 멎는 순간 (우크라이나 내에서) 이념적 내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고위 인사는 "러시아는 절대 우크라이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라며 "끊임없이 우리 사회와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친러 정권을 세우기 위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모두가 단결돼 있지만, 시간이 흘러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또다시 쪼개지고 갈등할 수 있는 것이 군중의 속성"이라고 했다.

그는 "당신은 한국인이니까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라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희망을 보여달라"고도 했다. 어쩌면 정치와 국민 모두 분열된 와중에 점점 더 큰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우크라이나가 두려워하는 미래일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기고자 : 정철환 유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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