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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프로축구, 프로야구 시즌이 마무리됐다.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야구 1000만명, 축구 300만명 이상의 관중을 기록하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침체를 극복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코로나 탓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유럽과 미국의 프로스포츠 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파산하거나 매각된 구단도 많다. 반면 우리 프로스포츠 구단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우리 구단들의 경우 모기업의 지원금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긴축 경영은 했지만 존립이 위협받지는 않았다.

프로 구단의 존재 이유에 대해 모 대기업의 경영자와 얘기 나눈 적이 있다. 그 기업 구단의 예산 규모가 리그 상위권이었으나 성적은 장기간 하위권에 머물러 연고 도시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운영 면에서도 미숙한 판단을 반복한 탓에 팬들의 눈에는 비효율과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 결정들이 보였다. 모기업과 오너까지 비난받았다. 그는 1년에 수백억 원씩 쓰면서 비판을 받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에게 "구단을 왜 운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글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물으니 "오랫동안 해 왔으니까? 아마, 홍보?"라고 했다. 그래서 기업 브랜드, 제품, 오너의 대외 이미지, 그룹의 사회적 메시지 등 구체적 홍보 목표가 무엇이며, 구단의 KPI(핵심 성과 지표)가 그것과 맥락이 형성되어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런 것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가령 연 300억씩이면 30년이면 9000억원인데, 그룹에서 이 정도 투자하면서 목표와 전략, 실행 계획 등이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냐"고 물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왜 스포츠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냐고 되묻자 다시 "글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프로축구의 경우 26구단 중 절반 이상이 지방정부 소유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시의 지원금, 즉 세금에 의존한다. 그래서 성적과 경영 난맥상이 보이면 세금으로 운영하는 축구팀의 효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다. 지방정부가 수조 원을 투자해 공공사업을 해도 시민들의 눈에 쉽게 보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100억~200억원 규모 축구팀의 성적과 경영은 팬들의 눈에 투명하게 드러난다.

유럽의 프로스포츠 리더들에게 한국의 구단들이 대기업 또는 지방정부이고, 수십 년간 예산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얘기하면 놀라워하며 한편으로 부러워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존이 보장되어 있다면 수십 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사실 프로스포츠 구단이 스폰서, 팬과 시민, 시장과 사회에 어떤 가치와 비전을 보여주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1년짜리 생각과 계획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존이 보장된 우리 프로 구단들의 경우 매년 예산과 결산 기준으로 운영돼 호흡이 짧은 경우가 많다. 이에 더해 스포츠 산업에 경험과 인사이트, 사명 의식이 없는 인사가 구단의 리더가 되는 경우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개인적 동기 부여가 결부되지 않아 단기적 성과, 즉 당해 연도 성적에만 천착해 미래가 전제되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모기업이 존재하는 우리 프로스포츠 산업의 독특한 구조상 구단은 모기업의 철학과 사회적 가치, 그리고 리더의 역량과 비전을 투영시키는 프리즘 역할을 할 수 있다. 북미와 유럽의 프로 구단과 대비시켜 보면 모기업의 지원금과 지방정부의 보조금은 의존도가 많이 높은 구조의 스폰서십에 해당한다. 연고 팬들이 두산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생기고, 이마트에서만 쇼핑하고 키움에서만 주식거래를 하며, 현대자동차 로고를 문신까지 하고 다니면 어떨까?

축구가 아니었다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맨체스터와 리버풀에 대해서 알고 일생에 한 번은 꼭 방문하고 싶은 도시 리스트에 넣었을까? 다양한 인구구조와 뚜렷한 정체성이 없는 도시가 연고 구단의 존재로 도시민의 정체성이 생기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K컬처 팬들이 홍대와 성수동을 방문하고 싶어 하듯 해외 팬들이 축구로 인해 인천과 대구, 광주를 알게 되고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게 된다면? 도시민들이 시민 구단이 제공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로 인해 일상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진다면? 아마 지금 책정된 예산의 몇 배를 써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좋은 성적과 우승이 프로 구단의 최우선 목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구단의 가치를 올리고 스폰서의 브랜드, 고객, 제품과 연동된 목표를 구현해 주는 일은 당해 시즌의 성적과 반드시 연동되어 있지는 않다. 지는 팀도 박수받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스토리와 영향력이 때로는 성적보다 중요할 때도 많다.

"글쎄요…"라고 대답했던 경영자께 이렇게 대답을 드리고 싶다. 철학을 정립하고 모기업이 한국 시장과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시는 게 순서라고. 그리고 열정과 사명감으로 무장된 인적 구조를 구성해 1년짜리 호흡이 아닌 10~20년짜리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구단을 통해 스토리텔링하시라고.

프로스포츠 산업이 관중 수 증가, 기술 발전으로 고도화되어 가고 있는 콘텐츠, OTT로 미디어 플랫폼의 대세가 넘어가는 변혁기 등으로 인해 성장의 계기를 맞고 있다. 소비층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여성 팬과 소프트 팬 등의 트렌드적 증가세가 보인다. 이런 성장 기조를 장기적, 구조적으로 내재화하려면 고객의 정의를 새로이 하고 사회적 가치, 시장적 가치, 콘텐츠적 가치를 전략적으로 수립하고 실행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과 지방정부가 지금의 몇 배에 달하는 예산을 써도 아깝지 않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K스포츠가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래픽] KBO구단 2024시즌 관중과 입장 수입 / K리그 시민 구단의 운영 여건 기고자 :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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