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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동인문학상 시상식

"의도치 않게 엄청난 채무를 진 느낌입니다. 저는 일시불로 살 수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는 주의라 무이자 3개월 할부도 안 합니다. 이 수상은 한 240개월 할부로 갚아야 할 것 같아 막막했습니다. 차라리 파산 선언을 할까 싶었습니다만, 한편으로 제 삶에서 소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29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제55회 동인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김기태(39)씨가 수상 소감을 말했다. 수상작인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와글와글 사람이 북적이는 소설집이다. 연애 예능 출연자, 대형 마트에서 일하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 고교 교사, 어딘가 위태로운 가장 등. 계층, 세대, 성별, 성격이 다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2020년대식 세태 소설'이다.

김기태는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공모에 단편소설 '무겁고 높은'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에겐 '한국 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작년과 올해 연이어 이상문학상 우수상,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그의 단편은 문학과지성사 '이 계절의 소설'에도 세 번이나 꼽혔다.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지난 9월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동인문학상 수상으로 '2관왕'을 달성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소설가는 '달려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문학함이 기찻길을 달리는 것이라면, 문학상은 기차역이라고 생각한다"며 "동인문학상이라는 근사한 기차역에 계속 머무르고 싶지만 역사 한편에 전시된 한때의 기차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격려해주신 덕분에 목도 축이고 광도 냈으니 다시 달려보겠습니다. 무책임할 정도로 뒤돌아보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멀리까지 떠나겠습니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정명교 문학평론가는 "김기태의 소설은 거대 구조 속에 갇힌 여린 지적 생명들이 고안한 새 시대의 리얼리즘이라 할 것이다. 젊디젊은 소설가는 글쓰기로 시대의 척후병이 되기를 자임하였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축사는 이재현(31) 문학동네 편집자가 맡았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담당 편집자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22년 1월로 올라간다. 그해 신춘문예 편집회의. 이 편집자는 "'무겁고 높은'을 읽은 뒤 김기태라는 작가를 제가 담당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관철하기 위해 편집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탁자 위에 거의 드러누울 기세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대 끝에 책이 출간되고 독자, 동료분들의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며 "동인문학상은 그 방점 가운데서도 특별히 두드러지는 방점"이라고 했다. "오늘 이 자리는 한국 문학에 길이 남을 첫걸음을 목도하는 자리라는 예감이 듭니다."

수상자는 상패와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씨, 김동인의 차남인 김광명 한양대 명예교수, 전(前) 심사위원인 김화영 문학평론가·오정희 소설가,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 이현자 문학동네 편집국장, 강윤정·이재현 문학동네 편집자, 문학과지성사 이광호 대표, 문학과지성사 김필균 편집장, 조선일보사 방준오 사장, 홍준호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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