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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해나루쌀조공법인

지난 17일 오전 8시. 안개가 자욱한 서해안 고속도로를 뚫고 충청남도 당진시에 도착했다. 당진 해나루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해나루쌀조공법인)은 햅쌀 수매에 한창이었다. 해나루쌀조공법인 박승석 대표(59)는 "오후 4시만 되면 갓 수확한 쌀알을 실은 트럭들이 줄을 선다"며 팔을 쭉 뻗어 큰 길을 가리켰다.

길 주변은 한창 무르익는 가을 들판이었다. 수확을 기다리는 벼는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렸다. 곧 햅쌀로 나올 옹골찬 알맹이들이다.

◇하루 700t씩 벼 매입

해나루쌀조공법인은 충남 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송악농협·송산농협·당진농협 등 3개의 조합이 2015년 7월 함께 설립한 공동사업법인이다. 쌀이 들어오고 나가는 전 과정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이뤄진다. 출고 당일 도정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해나루쌀조공법인은 5600평(약 1만8512㎡) 규모로 축구장 2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다.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초록색 언덕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하루 최대 작업량을 넘어서는 물량을 외부에 적재해둔 것이다. 박 대표는 "수확 철엔 하루 만에 700t이 들어오기도 한다"며 "공정 속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3일에 걸쳐 나눠서 작업했다"고 했다.

◇햅쌀이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

농협은 매년 가을 수확을 마친 후 이듬해 재배할 벼 품종을 결정해 농가와 미리 계약을 맺는다. 이 계약 재배를 통해 농민들은 다음 해 농사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당찬진미처럼 새롭게 도입되는 품종의 경우 농협에서 교육도 한다.

봄이 가끼워 오면 농협은 육묘를 한다. 볍씨를 틔워 기르는 것이다. 어느 정도 모가 자라면 각 농가에 이를 전달해 모내기를 하게 하고, 벼가 다 자랄때까지 방제·시비(비료를 주는 작업)도 한다. 농협은 이 과정을 모두 주도해 농민들의 수고를 크게 덜어준다. 농협 관계자는 "공동방제 등 체제가 자리잡혀 있다"고 했다.

가을이 돼 벼가 다 자라면 농협은 수매 가격을 결정해 농민들에게 수매 안내를 한다. 그러면 농민들은 수확한 벼를 톤백 등에 실어 자기 지역에 있는 농협에 갖다 주고, 이후 농협은 가공 작업을 한다.

수확 직후엔 쌀알이 수분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물벼'라고 한다. 물벼가 담긴 벼수매통을 지게차가 번쩍 들어 우수수 쏟아부은 후, 흙먼지나 큰 이물질을 걸러내는 작업을 한다. 이후 건조로 이어진다. 해나루쌀조공법인의 경우 30t 용량의 건조기가 10기 있다. 건조기를 통과한 물벼는 습도 15.5%의 '건벼'가 된다.

이 '벼'가 '흰 쌀'이 되려면 두 번의 도정을 거쳐야 한다. 1차 도정하면 현미, 2차 도정하면 백미다. 해나루쌀조공법이 보유한 5t 크기의 도정 라인 2개가 함께 돌아가면 시간당 10t을 도정할 수 있다.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하루 80t을 도정할 수 있다. 박 대표는 "가을엔 하루 24시간 풀 가동한다"며 "18명 직원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도정까지 마친 쌀은 포장을 거친 후 대형 마트 등으로 출하되고 소비자 식탁까지 오른다.

해나루쌀조공법인은 삼광미·당찬진미·친들·미품 등 4가지 품종을 취급하고 있다. 삼광미가 75%로 비중이 가장 높다. 병충해와 비·바람에 강하며 부드럽고 찰진 밥맛을 자랑한다. 당찬진미는 올해 처음 빛을 본 품종이다. 당진시에서만 재배되는 고유 품종으로 쌀알이 굵어 질감이 우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농협의 아침밥 먹기 운동

한국은 전통적으로 당해에 난 '햅쌀'을 귀하게 여겼다. 햅쌀이 나면 밥을 짓거나 전통주를 빚어 간단한 예를 올리는 풍속도 있다. 햅쌀은 단순히 맛이 좋은 것을 뛰어넘어 영양학적 가치도 우수하다. 국립식량과학원 곽지은 박사·연구사(50)는 "쌀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공기와의 접촉에 의해 지방 성분, 비타민 등이 쉽게 변질된다"며 "지방 산화는 쌀의 전분·단백질 성분에도 영향을 주며 밥을 지었을 때 밥알이 딱딱해지고 밥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돼, 햅쌀이 맛과 영양학적으로 모두 더 우수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우리 햅쌀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해나루쌀조공법인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에 쌀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정, 곡물 관리 시스템을 보고 배우기 위해 해외의 담당자들이 해나루쌀조공법인을 찾아오기도 한다. 농협은 국내 쌀 소비 촉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학가 등에서 '천 원의 아침밥', 편의점에서 '모두의 아침밥', 기업체에서 아침밥 먹기 운동 행사를 펼치며 아침밥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픽] 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기고자 : 이영지 더비비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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