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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 관장 맥스 홀라인

"도굴돼 불법 반출된 소장물을 찾아내서 원래 주인이어야 할 국가에 돌려보내는 작업을 업무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습니다."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 맥스 홀라인 최고경영자(CEO) 겸 관장은 최근 메트 내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도난품 반환은 오랜 역사를 가진 세계인의 미술관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 해 방문객이 약 600만명에 이르는 메트는 2022년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소장품 중 27점이 약탈 문화재로 판명되며 맨해튼 검찰에 압수됐다. 이 중 21점은 이탈리아로, 6점은 이집트로 즉각 돌려줘야 했다. 이후 메트는 스스로 '특별 처방'을 했다. 밀수·약탈 등 불법적 방법을 통해 취득했다고 밝혀진 작품을 반환하기 위한 특별팀을 꾸리고 소장품 150만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지난해 결정했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메트는 유물 불법 밀매로 유죄 선고를 받은 유명 미술품 거래상 더글러스 래치포드와 연관된 소장품인 불상 14점을 캄보디아로, 2점을 태국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3월엔 소장품의 출처를 확인하는 '출처 연구 책임자'에 소더비 부회장 겸 세계 반환 부서 책임자였던 루시안 시몬스를 채용하면서 반환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부터 메트의 CEO까지 겸직하게 된 홀라인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홀라인은 "항상 새로운 정보가 생기고 법적·윤리적 정의에 대한 새 해석이 나온다. 세계 많은 미술관과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관심 있게 보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이 이슈(도난품 반환)를 선도해갈 계획"이라고 했다. 메트는 지난 3월 최초로 소장품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출처 연구 책임자' 직책을 만들었다.

홀라인 관장은 최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예술가의 영역을 넘볼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인공지능(AI)이 예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겠다"고 했다. 그는 "AI는 예술을 생산하는 도구뿐 아니라 (인간이 예술을 이해하는) '인식을 위한 필터' 같은 역할도 하게 되리라고 전망한다"며 "AI를 이용한 예술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고,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AI가 예술을 둘러싸게 될 텐데 메트가 그 분야의 '얼리 어답터(선도적 사용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8년 메트 관장에 취임한 홀라인은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큐레이터를 채용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지난해 9월엔 '한국 미술 큐레이터'를 신설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메트는 지난달 12일부터 미술관 '얼굴'에 해당하는 건물 정면 기둥 사이를 한국의 설치미술가 이불의 작품 네 점으로 채웠고 오는 12월부터는 한국 미술품 소장가 리아 스나이더 자녀들이 제공한 기증품과 대여품 100여 점으로 구성된 '컬러풀(다채로운) 코리아'를 선보일 예정이다.

메트는 축구 경기장 약 27개를 합친 거대한(약 18만6000㎡) 면적과 수많은 전시실 때문에 제대로 보려면 한 달로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트 관장은 어떤 관람법을 권할까. 그는 "저도 매일 고민하는 문제"라며 웃었다. "저는 메트가 길을 잃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계획 없이 한 방향으로 발 닿는 대로 전진하며 보는 겁니다. 한 전시실에서 다른 전시실로, 메트가 당신을 끄는 대로 이어지는 여정을 밟아보십시오. 길을 잃을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경험과 이해로 가득하게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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