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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왜 가족들과 싸우고 상처를 받거나 서운한 감정에 휩싸이게 될까?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다른 사촌들과 비교하며 이것저것 잔소리하는 부모님께 상처를 받고 화까지 내고 말았다. 조만간 있을 가족여행을 앞두고 항공부터 숙소, 비용 등 모든 것을 도맡느라 신경이 예민해진 탓이었을 것이다. 화를 내고서 '무사히 여행 갈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별일 없이 넘어갔다. 또 그렇게 위기를 넘긴 것이다.

매년 명절이 지나면 여기저기서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자식들의 괴로움은 주로 '비교당함'에서 온다. 사촌이나 '엄마 친구 아들' '아빠 친구 딸' 등 알지도 못하는 타인과 비교당한다. 예컨대 '누구는 대기업 입사해서 용돈을 얼마 준다더라'는 식의 푸념, 대입이나 취업 때문에 면이 서지 않는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명절은 어김없이 괴로운 날이다. 결혼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걷잡을 수 없다. 한국인의 '비교하고 조바심 내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괴로움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미혼의 내 친구들은, 명절 연휴에 모처럼 쉬고 싶지만 집에 가지 않으면 서운해하실 부모님을 생각해 어려운 열차 티케팅을 해내거나 장거리 운전을 하며 피로를 호소한다. 그렇게 먼 길을 가서 가족에게 상처 되는 말을 듣거나 타인과 비교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명절에 겪은 설움을 토로하던 친구 중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가족이 든든한 울타리여야 하는데… 매번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슬퍼. 울타리가 아니라 부담이고 압박이야."

가족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려면 구성원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일단 비교를 멈추고, 서로가 서로의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오직 가족만이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다. 명절에 찾아온 잠깐(?)의 위기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가족 잘 지내고 있잖냐." 그나마 구성원 모두 부단히 노력했기에 수긍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래도, 함께 잘 지내고 있다는 것.

※ 10월 일사일언은 고교 영어 교사 출신인 신수영 작가를 포함해 김영아 그림책심리성장연구소 소장, 이재국 방송작가, 조규익 숭실대 명예교수, 다니엘 튜더 전(前)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 번갈아 집필합니다. 기고자 : 신수영 '숨쉬는 영어교실' 작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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