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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1위
중도 보수 국민당에 3%p 앞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나치 계열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더 슈탄다르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9일 치러진 총선의 출구 조사 결과 극우 정당인 자유당은 29.1%를 득표해 중도 보수 성향 국민당(26.2%)보다 약 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20.4%), 진보 성향 네오스(8.8%)와 녹색당(8.6%)이 뒤를 이었다. 출구 조사 직후 헤르베르트 키클 자유당 대표는 "유권자들이 용기와 신뢰, 낙관으로 역사의 한 조각을 만들어냈다"며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년 전이었다면 유럽의 양심에 충격을 줬을 결과"라고 했다. 독일어권 국가에서 극우 정당이 제1당이 된 것은 1930년대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 이후 처음이다.

자유당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9년 옛 나치 부역자들과 동유럽에서 추방된 독일인들이 설립한 정당이다. 제1·2대 당수가 모두 나치 고위 장교 출신이었다. 창당 이래 줄곧 비주류에 머물렀으나, 2010년대 후반부터 늘어난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반감을 기반으로 원내 3당으로 도약했다. 특히 2021년 6월 당수에 오른 키클 대표가 강력한 반(反)이민, 반EU(유럽연합) 정책을 펼치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를 끌어모았다. BBC는 "(이번 총선 역시) 이민자·난민 유입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위기가 주된 이슈로 부상한 결과"라고 했다.

자유당의 총선 승리로 EU 내에서 불고 있는 극우 바람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알리스 바이델 대표,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 등이 일제히 자유당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X(옛 트위터)에 "애국자들의 또 다른 승리"라고 했다. 키클 대표는 지난 7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긍정당 대표 등과 EU 내 극우 세력 연합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 창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자유당이 향후 연립 정부를 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당은 총 183석 중 최소 56석을 확보했지만 과반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미 국민당의 카를 네함머 총리는 키클이 있는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사회민주당·네오당·녹색당도 "극우와는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녹색당 출신인 알렉산더 반데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키클에게 정부 구성권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 당수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고자 :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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