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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 ＂인재였다＂ 인정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상 놓고 엇갈려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참사' 당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159명의 희생을 막지 못했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법원 판결이 엇갈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30일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장에겐 치안 총괄 책임자로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고 봤다. 반면 용산구청장에겐 당시 현장에 밀려오는 인파를 통제하는 권한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인정할 직접 책임·권한 소재에 대한 판단이 달랐던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엔 사전 대응, 사고 임박, 사고 이후 단계 전반에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지만 구청엔 이러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선고가 참사 발생 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간 책임 소재를 가르는 판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행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엔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경찰의 주의 의무를 맡은 이임재 전 서장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언론 보도와 경찰 정보 보고 등을 통해 당시 이태원 골목에 군중이 밀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용산구의 치안을 총괄하는 서장으로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안일한 인식으로 대비에 소홀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이 전 서장 측은 그간 대규모 압사 사고 발생을 예상할 수 없었으며 핼러윈 축제 관련 사전 대책 마련이나 참사 발생 후 조처와 관련해서도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7월 이 전 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었다. 이날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용산서 관계자들도 금고형 등을 선고받았다.

지방자치단체에 적용되는 재난안전법 등엔 여러 명이 운집해 압사 사고가 나는 경우는 재난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겐 사전 대응, 사고 임박 단계, 사고 이후 단계 전부에서 경찰과 같은 '주의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참사 당시 안전법령에 다수 인파가 모여 발생한 압사 사고가 '재난' 유형으로 분리돼 있지 않았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지침에도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인파 유입, 밀집 군중에 대한 통제 권한이 용산구청에 없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용산구청에 부여된 업무상 주의 의무는 일반적·추상적인 것이고, 조치가 미흡했다 하더라도 사고와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7년이 구형됐던 박 구청장을 비롯,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용산구청 관계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로 오는 17일 예정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선고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김 전 청장이 지휘·감독권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금고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가 이 전 서장 혐의를 인정하며 "각종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 대응하기 위해 지리적 조건 등 모든 위험 요소를 검토해 정보·경비·교통 등 계획을 적절히 수립해야 할 업무상 책임이 있었다"고 한 점은 김 전 청장의 지휘·감독권과 관련이 있다.

다만 재판부가 이 전 서장에 대해 "상황을 서울경찰청장에게 1시간 뒤에 전달해 구조 활동에 장애가 생겼다" "차량 통제를 하거나 인력을 서울청에 강력 지원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 점은 김 전 청장의 참사 인지·예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 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핼러윈 참사를 두고 "2014년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이자 주의 의무를 다하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고 표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조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의 급격한 침몰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핼러윈 참사를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이날 재판부 판단과는 달랐던 셈이다.

[그래픽] 핼러윈 참사, 같은 혐의에 유무죄 갈린 용산경찰서·용산구 기고자 : 고유찬 기자 구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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