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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대학 시절 작가가 되겠다며 치열하게 작품을 쓰고 또 서로 작품을 맹렬하게 비평하며 마음 상했던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늘 든든한 문학 친구로 지내던 후배였는데 학교 졸업하고 연락이 끊어졌다. 연락처라고는 삐삐밖에 없던 시절이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막내로 살다 보니 서로 연락할 겨를도 없었다. 그 와중에 삐삐는 사라지고 휴대전화 시대가 열리면서 그 후배는 자연스럽게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그러다 각종 커뮤니티 활성화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여러 과거와 기억들이 소환됐고 오랜만에 나간 선후배 모임에서 그 후배를 다시 만난 것이다.

참 반가웠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는데,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해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있다니 신기하고 또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후배가 초등학교 저학년 선생님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얘기해주는데 너무 재밌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미디어에 노출이 되어 있다 보니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자기주장에 당당하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담임 선생님에게 쪼르르 달려와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모습이 마치 어떤 이슈에 대해 댓글을 다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좋게 말해서 댓글이지 사실은 고자질을 하는 아이가 많다고 했다. 반 친구 중에 누군가 숙제를 안 해오면 "선생님, 쟤 숙제 안 해왔어요!" 누군가 색종이 준비물을 안 가지고 오면 "선생님, 쟤 색종이 안 가져왔어요!" 고자질을 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칭찬받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차마 칭찬을 해줄 수 없었던 선생님은 그 아이들에게 "나나 잘하자!"라는 구호를 알려줬다. 그다음부터는 학생이 찾아와 "선생님, 쟤 준비물 안 가져왔어요!"라고 하면 그 후배는 "선생님이 뭐라고 했죠? 나나 잘하자!" 그렇게 말하고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다. 그 뒤론 고자질하는 학생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 후배는 "나나 잘하자"는 말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몇 년 전부터는 "나부터 잘하자!"라는 구호로 바꿨다고 했다.

댓글이야 누구나 달 수 있는 거지만, 누가 안 좋은 일만 있으면 쪼르르 와서 대중에게 고자질하듯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그 후배의 구호를 알려주고 싶다. "나부터 잘하자!" 기고자 : 이재국 방송작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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