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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폴리텍대 설립… 외국인 학생에 K기술 전수＂

전국 40개 캠퍼스를 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 특성화 대학인 한국폴리텍대가 캄보디아에 해외 분교 설립을 추진한다. 국내 대학이 해외에 캠퍼스를 설립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훈련해 외국인 노동력이 필요한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취지다.

이철수(66)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ODA(공적개발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올라선 한국이 전략적으로 K기술 전파에 나설 시점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 한국노동법학회 회장 등을 지낸 그는 노동법학계 좌장 격 인사다. 지난 4월 폴리텍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40개 캠퍼스에서 6만6000명가량을 교육 중인 폴리텍대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국내 기업과 커리큘럼 등을 함께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해외 분교를 세워 외국인에게도 이런 교육을 한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분교에서 교육받은 외국인들은 국내로 들어올 수도 있고, 해외 현지 국내 기업 공장에서도 일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외국인 인력 활용과 관리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이라며 "외국에서 교육을 하면 노동력을 수입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분교에서 공부한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우리 기업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폴리텍대는 해외 분교 설립을 위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이후 성공 사례가 나오면 정부 예산을 신청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대학이라고 해 거대 건물이 필요한 건 아니다"라며 "현지 시설에 우리 교육 장비와 인력이 더해지면 된다"고 했다.

다만, 해외 분교를 설립하려면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법무부, 외교부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 이사장은 분교 추진을 위해 이번 달 캄보디아 고위 인사와 만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AI(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이 본격 도래하는 시점은 대학 교육의 본질을 다시 써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며 "국내 대학 교육도 수요자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까지 우리나라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전수하는 '공급자' 역할을 해왔다"면서 "앞으론 배우는 사람이 원하는 교육을 하는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위 과정부터 직업을 가진 후에도 배우는 비학위 직업훈련, 중년 이후 평생 교육도 제공하는 폴리텍대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철수 이사장은 국내 노동법 연구의 산실로 불리는 '서울대 노동법 연구회' 창립 멤버다. 김선수 전 대법관, 문병호 전 의원 등이 연구회 소속이었다. 맏형 격이었던 이 이사장은 진보 성향 학자로 분류돼 왔지만, 노동 시장 고비마다 법·제도를 정비해 기업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도 했다. '주 52시간제' 도입 후 부작용이 이어지자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을 맡아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그가 고용노동부 관료가 주로 가던 폴리텍대 이사장으로 임명됐을 때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는 "노동과 교육의 접점인 폴리텍대에서 노동·교육 개혁의 선봉에 서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며 "작은 공을 쏘아 올려 볼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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