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어린이 목숨을 앗아간 흉기 난동범은 이슬람 이민자'라는 거짓 정보가 퍼지면서 영국 전역에서 벌어진 반(反)이민·반무슬림 폭동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시위는 9일째 이어졌지만 극우 세력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가 전개되면서 기세가 확연히 꺾이고 있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7일 런던과 브리스틀, 리버풀, 버밍엄, 브라이턴 등에서 총 2만5000여 명이 거리에 나와 "난민을 환영한다" "인종주의에 맞서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극우 시위대에 맞섰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 발생 직후 거짓 정보에 대응할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온라인정보팀(NSOIT)'을 투입해 온라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거짓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소방수로 투입된 이 조직의 임무는 무엇이고, 왜 이 시점에 투입됐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NSOIT는 어떤 조직인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허위 정보가 창궐하자, 2020년 3월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 주도로 대응 조직인 NSOIT의 전신 허위정보대응팀(CDU)을 설립했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하는 거짓 정보를 감시하고,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플랫폼 기업에 요청하는 역할이었다. 이번 폭동 사태 때도 플랫폼 기업들이 거짓 정보 확산을 막는 데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Q2. 그런데도 거짓 정보 왜 못 막았나

CDU는 과거 '사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정부의 격리·봉쇄 정책에 반대하던 언론인·과학자·국회의원 등의 게시물을 따로 수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CDU는 "영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위험에 대처하는 임무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겠다"며 이름을 지난해 NSOIT로 바꿨다. 기능도 안보와 관련해 '외국발(發)' 가짜 정보를 막아내는 것으로 축소됐다. '국내 이슈'인 이번 사태에 이 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던 이유다. 다만 임무가 축소되지 않아 보다 적극 대응할 수 있었더라도 플랫폼 기업에 허위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을 뿐, 강제할 수단이 없어 큰 성과를 내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Q3. 다른 나라에도 이런 조직이 있나

러시아 등 적성국의 '사이버 공격'을 경험한 서방 선진국들은 거짓 정보 대응 조직을 두고 있다. 미국은 2022년 9월 국가정보국 산하에 '해외영향력공작센터(FMIC)'를 출범시켰다. 프랑스에서도 2021년 총리실 산하 디지털 감시 기구인 비지눔(VIGINUM)이 신설됐다. 일본 역시 지난해 4월 외국발 거짓 정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전을 수행할 조직을 꾸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아직 별도의 전담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런 조직들의 역할은 외국발 거짓 정보를 막는 역할에 치중돼 있어, 이번 사태처럼 출처 불명의 헛소문이 급격하게 퍼지는 상황은 통제가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기고자 : 류재민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506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