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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사브르 단체 역전승으로 첫 金

3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이 열린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한국과 금메달을 놓고 맞붙은 상대는 우크라이나였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중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37-40으로 뒤진 상태에서 운명의 9라운드가 시작됐다. 전하영이 2점을 얻는 동안, 우크라이나 '국민 검객' 올가 하를란(34)은 8점을 뽑아내는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는 순간 하를란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랑팔레가 큰 환호성에 뒤덮였고, 전쟁 중인 조국에 첫 금메달을 바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감격에 젖었다. 하를란이 중심이 된 우크라이나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45대42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전쟁 중인 조국에 파리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열린 첫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이 나온 것이다. 하를란은 앞서 지난달 29일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도 따냈는데, 당시에도 이번 올림픽에서 우크라이나가 처음 획득한 메달로 조국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하를란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상대 역시 한국(최세빈)이었다.

국기를 들고 한참 동안 피스트(piste·펜싱 경기대) 위에서 자축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시상식이 끝나고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으로 들어와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 세계 취재진이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날 45점 중 22점을 혼자 뽑아내는 역대급 활약을 펼친 하를란은 "우크라이나, 내 조국,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선수는 26종목 140명으로 역사상 가장 적은 규모다. 그 배경엔 러시아와의 전쟁이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선수가 최소 487명에 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를란은 "관중들이 내 이름을 쉴 새 없이 불렀다"며 "내가 이곳 파리에서 받은 지지는 굉장했다"고 말했다. "내 전략은 감정을 제쳐놓는 것이었다"며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했다"고 했다.

하를란은 파리행 티켓을 박탈당할 뻔한 '악수 거부 사건'도 언급했다. 작년 7월 하를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종료 후 러시아 선수와 악수를 거부해 실격 처리됐다. 이 사건으로 랭킹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하면서 올림픽 참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우크라이나의 항소를 받아들여 가까스로 참가할 수 있었다. 하를란은 "1년 전 자격을 박탈당해 펜싱을 거의 끝낼 뻔했지만,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며 "금메달과 동메달을 들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하를란은 결승 상대였던 한국 선수들에 대해 "결승전은 굉장히 힘들었지만 동시에 매우 흥미로웠다"며 "한국 펜싱 선수들을 존경한다. 정말 대단하고 강하다"고 했다. 윤지수와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했지만, 단체전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하를란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크라이나처럼요"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기백과 성과, 우크라이나인의 승리를 보여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소셜미디어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기고자 : 한예나 기자 파리=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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