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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선수엔 얼음조끼·물병만… 체감 온도 40도 더위와 싸움중

파리 시내를 걷는 사람들 10명 중 9명은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 더위 탓이다. 사람들 손에는 작은 선풍기와 부채가 들려 있다. 그럼에도 역시 구겨진 얼굴. 요즘 파리는 낮 최고 기온 35도의 무더위가 한창이다. 4가지 기상 경보 중 둘째로 높은 노란색 경보가 발령됐다. 체감 온도는 40도에 달한다.

선수들도 비상이다. 테니스는 한낮에 열린 경기 2세트와 3세트 사이에 긴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영국 남자 테니스 잭 드레이퍼는 "물병이 시원하지 않다. 뜨거운 물을 마시는 것 같다"고 했다. 사이클 BMX 레이싱 선수들을 위해서는 얼음 조끼와 물병이 지급됐다. 축구 경기장에는 관중에게 모자를 쓰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고 권장하는 안내 표지판이 등장했다. 사람만 더운 게 아니다. 영국 남자 승마선수 칼 헤스터는 말을 보호하기 위해 낮 시간 훈련을 밤으로 변경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를 '기후올림픽'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시설 95%가 기존 인프라를 재활용하거나 임시로 설치한 것들이다. 옛 시설인 만큼 더위에는 취약하다. 실내 경기장에는 그나마 냉풍기가 있지만, 실외에선 고스란히 태양을 마주해야 한다. 사실 새로 만들어진 곳도 똑같다. 식당에서는 채식 위주 식단을 제공받는다. 동물 사육, 식자재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처사다.

그러나 사실 이런 '기후 올림픽'에 대해 조직위원회는 다소 이중적이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경기장 모든 구역 자리를 살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자국민들에게 티켓을 나눠준 뒤에야 세계에 창구를 열던 지난 대회들과는 달랐다. 파리로 향하는 해외 관람객이 더 늘면서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도 늘어난다. 개회식에는 배 85척을 띄웠다. 적게는 3명, 많게는 230명가량을 태울 수 있을 만큼 다양했다. 역시 탄소를 마음껏 뿜어냈다. 대회를 널리 알리는 건 '좋은 탄소 배출'이지만, 에어컨과 육류 섭취는 '나쁜 탄소 배출'이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땡볕 아래서 그저 참는 것뿐이다. 기고자 : 파리=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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