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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선수들의 나이 잊은 올림픽

룩셈부르크 여자 탁구 선수 니샤롄(세계 68위)은 지난 31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세계 1위 쑨잉사(24·중국)와 대결했다. 61세의 나이. 막내딸뻘인 쑨잉사를 상대로 고전했다. 점수를 내줄 때마다 제자리에서 펄쩍 뛰면서 라켓을 점검했다. 그리고 점수를 낸 뒤에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쑨잉사의 강한 스매시를 백핸드로 받아치고 한 바퀴 돌아서는 재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는 세트스코어 0대4. 완패였다. 승부가 확정되는 순간 관중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나이를 잊은 노장(老將) 모습이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린 듯했다. 니샤롄은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손을 흔들어 화답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니샤롄은 중국 출신이다. 16세였던 1979년 중국 국가대표로 뽑혔다. 20세에 세계선수권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거기까지였다. 20대 중반부턴 선수층이 두꺼운 중국 대표 벽을 더 이상 뚫지 못했다. 1991년 룩셈부르크 대표팀에서 코치직을 제안하자 유럽으로 향했다. 그런데 룩셈부르크에서 코치를 하다 보니 그보다 잘하는 선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룩셈부르크 탁구협회는 37세인 그에게 2000 시드니 올림픽 출전을 권했고 이에 따랐다. 몸 상태를 잘 유지한 덕분에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이번 대회까지 올림픽에 6번 나섰다. 지난달 27일엔 단식 64강전에서 튀르키예의 시벨 알틴카야(31)를 물리치면서 올림픽 탁구 역사상 최고령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2021년 세계선수권에선 혼합 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룩셈부르크 클레어 페버 기자는 "우리나라 최고 탁구 스타"라고 했다.

이 노장은 이날 전 세계 기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질문을 하려면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니샤롄은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당시 16세였던 신유빈을 상대로 맞아 호각세로 다툰 끝에 진 바 있다. 발을 움직이지 않고 신유빈 공을 무심하게 받아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각종 '밈'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에게 '한국에서는 선인(仙人)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라고 하자 "전해 들었다. 한국 분들에게 너무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이어 니샤롄은 "유빈양을 기억하고 있다. 어제 동메달을 딴 것을 봤다. 너무 훌륭했다"며 "(나처럼 한다면) 유빈양 선수 생활은 아직 40년이나 남았다"고 말하면서 크게 웃었다.

니샤롄은 "중국에는 '늙을 때까지 살아도 다 배우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이젠 패배하고 난 뒤에는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다시 '아니 그건 틀려. 너는 바보야!'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내일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더 젊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2028 LA 올림픽에도 나설 수 있을까. 탁구 대표팀 감독이자 니샤롄 남편 토미 다니엘슨은 "도쿄 때도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나와있지 않으냐.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니샤롄은 "LA에 갈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나는 오늘을 즐기고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장 찬가'는 사격장에서도 울려 퍼졌다. 베네수엘라 사격 남자 트랩 대표 레오넬 마르티네스는 1963년생. 올해 환갑을 넘었다. 1984 LA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이후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일회용 의료용품을 제조하는 가업을 이어갔다. 그러던 2011년 팬아메리칸게임을 보면서 다시 사격에 대한 열정이 끓어올라 총을 잡았다. 올해 40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출전 꿈을 이뤘다. 44년 공백기를 가졌던 일본 승마 선수 히로시 호케쓰(1964 도쿄에서 2008 베이징) 다음으로 긴 공백을 거친 올림피언이다. 비록 본선에서 30명 중 28위에 그쳐 결선엔 진출하지 못했지만, "40~50대에 해봤자 안 된다는 얘기를 믿지 않는다"며 "무언가를 이뤄내려면 열정이 있어야 한다. 4년 뒤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파리=이영빈 기자 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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