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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20년만에 탁구 단식 4강

'삐약이' 신유빈은 웬만하면 울지 않는다. 언제나 배실배실 웃는다. 지난 30일(현지 시각)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을 때도 환하게 웃었다. 한국 탁구 12년 만의 메달인데도 그랬다. 하지만 1일 여자 단식 8강전에서 극적으로 이긴 뒤엔 눈물이 맺혔다. 1~3게임을 먼저 따놓고 4~6게임을 내준 뒤 마지막 7게임에서 두 차례 듀스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뒤 흘린 "안도의 눈물"이었다.

신유빈(20·세계 랭킹 8위)이 1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일본 히라노 미우(24·13위)를 상대로 1시간 20분 접전 끝에 게임 점수 4대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올림픽에서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단식 유승민(금메달), 여자 단식 김경아(동메달) 이후 단식 종목에선 20년 만에 이룬 4강행이다. 신유빈은 "(20년 만의 4강 진출 사실은) 나도 몰랐는데, 그냥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잘 먹고, 잘 쉬고, 상대 분석을 잘해서 더 좋은 경기력을 만들어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신유빈이 이긴 히라노는 이토 미마 등과 함께 일본 탁구 황금 세대로 불리는 선수.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중국을 위협하며 일본 여자 탁구 사상 단체전 최고 성적(은메달)을 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4강전에서 만나 신유빈에게 패배를 안긴 바 있다. 그러나 신유빈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와 달랐다. 파워와 스피드, 경기 운영 면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선 모습으로 히라노를 압박했다.

1게임을 11-4로 손쉽게 따냈고, 2번째 게임에서도 백핸드가 빛을 발하며 11-7로 승리했다. 3게임도 11-5로 잡아냈다. 눈앞에 온 4강. 그런데 여기서 히라노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서 시간을 끈 뒤 4게임에 들어갔다. 갑자기 흐름이 바뀌었다. 신유빈은 4게임을 7-11, 5게임은 8-11, 6게임마저 9-11로 내주며 도리어 벼랑 끝까지 몰렸다.

긴장감 속에 맞이한 7게임. 신유빈은 초반 5-1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지만 추격을 허용했다. 오히려 9-10. 1점만 더 내주면 대역전패를 당할 상황. 10-10 듀스를 만들었지만 다시 10-11로 몰렸다. 여기서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11-11을 만든 뒤 히라노의 두 샷이 연이어 네트에 걸리며 내리 2점을 따내 긴 승부를 마감했다. 신유빈은 당시 "어차피 공은 여기로밖에 안 온다. 그냥 하자!"고 되뇌었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자 신유빈도 울고 히라노도 펑펑 울었다. 안도의 눈물과 아쉬움의 눈물이 달랐을 뿐이다.

신유빈은 경기 후 "정말 힘든 경기였다. 중간 중간 팔에 힘도 빠지고 제대로 된 공을 못 보낼 때도 있었다"며 "그래도 7세트(게임)에선 어쩔 수 없이, 무조건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직진으로 뚫어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승리 원동력을 묻자 "엄마가 싸준 주먹밥과 바나나를 잘 먹고 들어간 것이 힘을 낸 비결"이라고 했다. 최근 경기에 앞서 간식을 먹는 신유빈의 '먹방'은 화제를 부르고 있다.

신유빈 다음 상대는 중국 천멍(30·4위). 2일(한국시각) 오후 8시 30분 맞붙는다. 천멍은 2010년대까지 여자 탁구 최강자로 군림했던 선수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단식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2관왕에 오른 바 있다. 신유빈은 지난 3월 싱가포르 대회에서 천멍을 만나 1대4로 완패했다. 신유빈은 "(4강전을)기대해주셔도 좋다"며 활짝 웃었다.

남자 탁구 장우진(세계 13위)은 단식 8강전에서 난적 우고 칼데라노(6위·브라질)에게 0대4(4-11 7-11 5-11 6-11)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메달을 기대했던 배드민턴 여자 복식 종목은 모두 8강전에서 탈락했다. 이소희-백하나 조(세계 2위)가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8강전에서 중국 류성수-탄닝(3위) 조에 게임 점수 0대2(9-21 13-21)로 완패했다. 이소희-백하나는 내심 금메달까지 바라보던 조였는데, 조별 예선 첫 경기부터 패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다. 8강에는 올랐으나 무기력하게 패하며 짐을 싸게 됐다.

이 경기에 앞서 김소영-공희용(10위) 조도 말레이시아 펄리 탄-티나 무랄리타란(12위) 조에 0대2(12-21 13-21)로 져 탈락했다.

'킴콩' 조라 불리는 김소영-공희용 조는 현재 세계 10위지만, 한때 1위까지 했고 도쿄 올림픽 동메달, 지난해 전영 오픈 우승 등으로 내심 반전을 노렸으나 아쉬운 눈물로 대회를 끝냈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여자 복식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는 건 2012 런던 대회 이후 처음이다. 2016 리우, 2020 도쿄 대회에서 연속 동메달을 땄다.

남자 복식 서승재-강민혁(세계 4위) 조 역시 8강전에서 덴마크 킴 애스트럽-아네르스 스카럽 라스무센(2위) 조에 0대2(19-21 20-22)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내용은 박빙이었으나 결정력이 모자랐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예선 A조 4차전에서 스웨덴(3승1패)에 21대27로 져 1승3패(5위)가 됐다. 한국은 4일 덴마크와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 최소한 비기거나 이겨야 8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A조 순위는 스웨덴에 이어 노르웨이와 덴마크(이상 2승1패), 독일(1승2패), 한국·슬로베니아(이상 1승2패·골 득실 차) 순이다.

[표] 마지막까지 극적인 승부 기고자 : 파리=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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