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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에 활용된 AI 신기술

"AI(인공지능) 잠재력을 활용한 올림픽을 선보이겠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거듭 AI, 첨단 기술을 강조했다. 올림픽에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2022년 오픈AI 챗GPT 출시 후 AI 산업 성장세는 더 가팔라졌고 IOC 역시 '테크 올림픽'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AI는 선수가 한 일을 안다

체조 경기에선 심판들이 선수들 도약, 공중 동작, 착지를 눈으로 보고 점수를 매겨왔다. 고도로 훈련된 심판이지만 사람이기에 실수가 나온다. 미세한 선수들 동작을 더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이에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시간 기록원) 오메가는 이번 올림픽에 AI 기반 기술을 도입했다. 카메라로 먼저 선수들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한 뒤, AI 기술을 통해 3차원(3D)으로 재현한다. 축구 경기에서 오프사이드를 판정할 때 선수들 위치와 위반 여부를 화면에서 3D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메가는 체조 선수 발 각도까지도 측정하고, 이런 자료를 심판들에게 참고용으로 제공한다. 체조용 VAR(비디오 판독)인 셈이다.

체조 외에도 장대높이뛰기에서 선수와 바 간격, 다이빙에선 입수 속도 등을 측정하기도 한다. 1932 올림픽부터 타임 키퍼를 맡아 꾸준히 기술을 발전시켜 온 오메가는 이번 올림픽에는 초당 최대 4만개 이미지를 캡처할 수 있는 카메라를 육상 결승선에 배치했다. 기존에는 초당 1만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성능이 4배 좋아진 것이다.

인텔은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AI와 협업해 파리 올림픽 선수들 상담용 '챗봇'을 만들었다. 선수들은 '오늘 나오는 심판 성향 알려줘' '가족들의 출입 등록은 어디서 해야 해?' 등 다양한 질문을 24시간 내내 주고받을 수 있다. IOC는 "AI를 활용해 선수와 관계자 소셜미디어 계정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사전 동의한 선수들에 한해 악플 등을 자동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훈련 상대는 이젠 로봇

연습이나 훈련 상대로 로봇을 자주 활용하기도 한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현대차 기술로 개발한 초정밀 슈팅 로봇과 겨뤘다. 센서로 바람 방향과 세기를 정확하게 계산해 화살을 날린다. 인도 탁구 선수 사티얀 나나세카란(31) 훈련 상대도 로봇이었다. 나나세카란은 동료가 없는 상황에서도 연습을 하고자 자동화 로봇을 들였다. 이 기계는 분당 100개 이상 공을 다양한 속도, 방향으로 날린다. 나나세카란은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와 회전력으로 공을 뿜는다. 덕분에 추가 연습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를 통해 공개되는 탁구 훈련 로봇 성능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기계가 공의 위치를 예상해 사람과 '랠리'를 펼친다. 사람의 움직임과 공 궤적 등을 분석해 탁구 실력을 파악한 뒤, 그에 맞춰 난이도를 알아서 조정하기도 한다. 맞춤형 훈련 상대인 것이다.

선수들 기록 향상을 위한 기술도 많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보라색 트랙이 깔렸다. 트랙 제조사인 이탈리아 '몬도'는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색감이 보라색이라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색만 바꾼 게 아니다. 몬도는 도쿄 대비 최대 2% 선수 기록 향상 효과를 기대한다. 몬도는 도쿄 대회에서 도입한 새 고분자 물질의 탄력 등 성능을 더 개선해 이번에 내놨다. 또 선수들 발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미세한 공기 구멍들이 트랙 하부에 있는데, 몬도는 알고리즘을 통해 공기 구멍의 가장 이상적 모양을 찾았다고 밝혔다.

호주 수영 대표팀은 '우주 기술'을 접목했다. 사실 미 항공우주국(NASA) 측이 "의외로 우주왕복선과 수영복은 관련이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두 영역은 오랜 기간 협업해 왔다. 물과 공기를 통과하는 데 속도를 늦추는 게 마찰력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호주 대표팀은 이번에 인공위성 표면에 사용하는, 마찰력을 줄이는 특수 재질을 활용해 수영복을 제작했다. 호주올림픽위원회는 "착용감, 기능 등에 관해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그래픽] 파리 올림픽은 '테크 올림픽' 기고자 : 김민기 기자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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