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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남자 계영 800m 사상 첫 결선 진출했지만 6위로 마무리

1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마친 황선우(강원도청)는 풀 밖으로 나와 잠시 앉아 있더니, 허탈한 듯 누워버렸다.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수영 단체전 결선에 올랐다는 기쁨은 7분 7초 만에 끝났다. 10개월 전에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고, 5개월 전에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일구며 환호했던 '황금 세대'가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한국은 31일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계영 800m 결선에서 6위를 했다. 7분07초26이라는 결과에 대해 선수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황선우), "되게 터무니없는 기록"(이호준)이라고 자책했다. 영국(6분59초43), 미국(7분00초78), 호주(7분01초98)가 1~3위를 했다.

◇세계선수권 2위에서 올림픽 6위로

가팔랐던 상승세가 이렇게 꺾일 줄은 몰랐다. 한국은 작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분01초73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걸었다.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도 7분01초94로 2위.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7분06초93·6위)과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7분04초07·6위)에서 연거푸 한국 기록을 바꿔 치웠던 기세를 이어갔다. 지난 도쿄올림픽 때 7분15초03(예선 13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한국은 이 종목 올림픽 메달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번에 7분 1초대를 끊었더라면 3위를 노릴 만했다. 황선우는 계영에 집중하려고 자유형 100m 준결선을 기권했다. 예선 16위로 준결선에 턱걸이해 결선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00m 준결선 1시간 45분 뒤에 예정된 계영 800m 결선에 모든 힘을 쏟기로 했다. 김우민도 계영과 일정이 겹치는 자유형 800m를 포기하며 동료 선수들과 함께 뛰는 단체전에 집중했다.

계영 결선에선 양재훈(강원도청), 이호준(제주시청), 김우민, 황선우(이상 강원도청)가 차례로 헤엄쳤다. 작년 아시안게임과 같은 멤버, 같은 순서였다. 앞선 예선(7분07초96·7위) 2·3번 영자였던 이유연(고양시청)과 김영현(안양시청)이 빠지고, 양재훈과 황선우가 들어왔다. 계영에선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선과 결선 출전 선수를 달리하는 경우가 흔하다. 입상하면 모든 참가 선수가 메달을 받는다.

결선엔 9팀이 나왔다. 한국 첫 200m 영자였던 양재훈은 작년 아시안게임 때보다 3초가량 느린 1분49초84로 최하위를 했다. 나머지 3명 중에서도 김우민만 1분44초대 평소 기록을 냈다. 황선우는 자신의 최고 기록(1분44초40)에 못 미치는 1분45초99로 들어왔다. 600m까지 8위였던 순위를 6위로 두 계단 올린 것이 위안거리였다. 4명이 합작한 7분07초26은 예선 때 7분07초96보다 0.7초 빨랐을 뿐이었다.

◇황선우 "아직 배울 게 많다는 것 느껴"

황선우는 경기 후 "도쿄 올림픽 이후 늘 메달을 따서 지금 상황이 더 혼란스럽다"면서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은 당초 황선우, 김우민과 계영을 메달 후보로 꼽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준결선 9위에 그치며 결선 무대도 밟지 못했고, 계영도 몇 달 사이에 뒷걸음질했다. 김우민의 자유형 400m 동메달이 최고 성과였다.

선수들은 "열심히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으나 김우민을 제외하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5월 말~6월 초에 유럽 지역 대회에 출전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 담금질을 한 뒤 다시 유럽인 파리로 건너오는 과정에서 '테이퍼링(tapering·대회를 앞두고 훈련 강도를 줄이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피로감을 떨어뜨렸다가 경기에 임박해 최적의 상태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황선우를 비롯한 선수들이 레이스 후반에 갑자기 몸이 경직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호준은 "우리가 계영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다 좀 미끄러졌다. 다음 메이저 대회까지 철저하게 보완하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황선우는 8월 3일 남자 혼계영 400m를 남겨두고 있다. 결선 진출이 목표다. 기고자 : 성진혁 기자 파리=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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