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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책 표지 인쇄된 컵밥 증정

"문학잡지, 신간 도서를 두루 챙겨 읽는 '진성 문학 독자'는 1만명 미만이라고 봅니다." 문학 책을 주로 내는 한 출판사 대표의 냉정한 자가 진단이다. 문학이 팔리지 않는 시대, 갈수록 문학 독자가 줄어드는 현실. 시나 소설이 읽히려면 기발한 전략이 필요하다. 살아남기 위해 문학 출판사들이 이색 이벤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근 가장 흥한 이벤트는 문학동네의 '인생 시(詩) 전화 이벤트'. '070'으로 시작하는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면 무작위로 시 한 편을 읽어준다. 문학동네 시인선 101~214번 맨 앞에 수록된 시 중 하나다. 수신자 부담으로 독자가 따로 비용을 낼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전화통에 불이 났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이벤트 기간인 지난 9~24일까지 약 2주간 총 29만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는 지난 6월 26일부터 5일간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문학동네가 마련한 '시 선물 전화부스' 행사의 연장이다. 문학동네가 설치한 새빨간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전화를 걸면 무작위로 시를 낭송해주는 이벤트였다. 도서전 때 전화 부스 앞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을 보고 비대면 행사를 기획했다.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부 부장은 "10~20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셜미디어에 후기를 남기면서 소문이 난 것 같다"고 했다.

뜬금없는 조합으로 관심을 끌기도 한다. 민음사는 예스24·이마트24와 컬래버해 '민음사 세계문학 가정식'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예스24에서 민음사 도서를 포함한 국내 도서를 3만원 이상 구매하면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표지가 인쇄된 CJ햇반컵반 한 종을 준다.

스팸마요덮밥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치킨마요덮밥에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미역국밥에 이디스 훠턴의 '여름' 표지가 있는 식. '책은 일용할 양식, 한 컵에 담긴 필수 교양'이라는 콘셉트다. 이벤트를 기획한 박하나 예스24 마케팅 본부장은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니 실제 양식과 컬래버해봤다"며 "독서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이벤트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시윤 민음사 홍보팀장은 "서점이 아닌 마트·편의점 등에서도 책 홍보를 할 좋은 기회"라고 했다.

출판사는 부업과 이벤트에 능해졌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 6월 마포 사옥 지하에 '문지살롱'을 새롭게 열었다. 이벤트 공간과 카페를 겸하며 커피·위스키 등을 판다. '문지 셰이크' '문지 하이볼' 등 한정 음료도 판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이제는 '물장사'도 한다"며 웃었다. 지난 19일 박준 시인이 첫 타자로 이곳에서 북 토크를 열었다. '일일 특별 살롱지기'로 나서 음료를 만들고 시를 낭송했다. 1층에는 우체국 느낌으로 꾸민 '문지포스트'가 들어섰다. 작가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출판사 측은 독자의 편지가 모이면 이를 직접 작가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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