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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단계였다. 간편 비밀번호만 누르면 결제 끝. 자, 누르는 거야!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을 외면할 순 없지. 그러나 끝내 누르지 않았다. 5월부터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구매를 망설인 물건은, 에어컨이었다.

꽤 오랜 세월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만 살았으나 작년 가을 이사한 뒤 고민했다. 그것이 과연 필수품일까? 집에선 에어컨을 잘 켜지 않는데?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남다른 실천가여서는 아니다. 전기 요금 걱정 때문도 아니다. 종일 에어컨을 트는 곳에서 일하는 터라 집에선 좀 덥게 지내는 편이 내 몸에 더 낫기 때문이다. 더위와 추위에 비교적 덜 민감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덕분도 있다.

한데 여름이 되자 불안해졌다. 올해는 5월부터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한 친구는 폭염으로 하룻밤을 잘 자지 못하면 일주일 컨디션이 흐트러진다는 합리적 조언으로 나를 흔들었다. 다시 고민했지만, 결국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기로 했다. 정말 내 생활에 필요한지 한번 알아보고 싶다.

소비자는 물건을 사는 주체이며, 상품은 그 대상이지만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관계가 역전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상품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이렇게 훌륭한 나를 들이지 않으면 손해야!' 누구나 갖추는 물건이라면 욕망은 불안 심리와 강하게 결속한다. '나만 없다니, 그건 문제지.' 그런 과정을 거쳐 상품 자체 혹은 상품의 기능이 그 사람의 생활 수준을 가리키는 지표가 되고, 내가 정말 그것이 필요한가, 갖고 싶다면 왜 그런가와 같은 질문을 생략시킨다. 그렇게 소비 사회는 유지된다.

나라고 다르겠는가. 어제만 해도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을 사고는 좋아했다. 다만, 에어컨은 내게 기후 위기를 상징하는 강력한 상품이고, 큰 덩치로 차지하는 자리도 커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나와 같은 개인 하나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폭염 시대를 막을 순 없다. 여름철 전력난을 해결하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뭣보다 체온 관리가 중요한 사람들, 특히 환자들에겐 이런 냉방기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안다. 하지만 내게도 필수품일까? 그에 대한 답을 이번에 찾아보려고 한다.

※ 8월 일사일언은 도제희씨를 포함해 조규익 숭실대 명예교수, 홍수정 영화 평론가, 이재국 방송 작가, 최정희 아리랑TV 미디어홍보부장이 번갈아 집필합니다. 기고자 : 도제희 출판편집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18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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