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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티메프 '마구잡이식 영업'

'판매 대금 미(未)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와 큐텐(티메프 모기업)의 영업 행태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 기업들이 보인 행태가 횡령·배임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구영배 큐텐 대표와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업계 "이해할 수 없는 사후 승인"

큐텐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뒤 두 회사의 재무팀을 해체했다. 계열사 재무 업무는 큐텐의 또 다른 계열사인 큐텐테크놀로지가 맡았다. 큐텐은 지난 4월 북미 이커머스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티몬에서 200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티몬의 류광진 대표가 이를 승인한 것은 돈이 빠져나간 지 나흘 뒤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지난 1월에도 티몬에서 50억원을 빌렸는데, 류 대표는 자금 대여가 집행된 지 19일 후 승인했다. 류 대표는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재무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날 구영배 대표는 "(위시 인수에) 지불한 현금이 2500만달러(약 350억원)였는데, 이 중 티메프의 판매 대금이 일부 포함됐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자금 대여가 있을 수 있지만, 해당 계열사 대표의 사후 결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커머스는 실시간 손익 계산이 핵심인데, 큐텐이 계열사 재무팀을 없앤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최근 티몬 등이 역마진을 감수하며 벌인 할인 행사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마케팅용으로 손해를 감수한 '미끼 상품'을 일부 팔 수는 있지만, 티메프는 지나칠 정도로 역마진 상품을 쏟아냈다"며 "이번 사태 직전까지 '현금 당기기'를 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7월 6일 하루에만 티메프의 카드 결제액은 897억1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지난 6월 17~30일 일평균 결제 금액(167억원)의 5배가 넘는다.

◇檢, '판매 자금 유출' 횡령·배임 수사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도 구영배 대표가 국회에서 티메프의 판매 대금 일부를 다른 회사 인수에 사용했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횡령 혐의를 적용해 수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인 조재빈 변호사는 "티몬과 입점 업체 간 계약서에 판매 대금을 티몬에 예치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런데도 판매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가져다 쓴 것"이라고 했다. 공정 거래 전문 변호사는 "판매 대금을 빼내면서 티메프에 손실을 끼쳤다면 구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판매 대금을 사후에 승인한 티몬의 류 대표도 배임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 전문 변호사는 "판매 대금 유출 당시 몰랐더라도 결과적으로 승인했다"며 "유출 동의 후 근거 자료를 작성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티몬 등이 '판매 대금 미정산' 직전 역마진 할인 행사를 한 것과 관련해서도 임직원들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역마진 할인 행사를 계속할 경우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배임의 고의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경영진이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걸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문제 커져

티메프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번 사태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자'들은 공급업자들에게 40~60일 내에 판매 대금을 정산해줘야 한다. 하지만 티메프처럼 '판매 중개업자'들은 정산 주기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다.

플랫폼 사업의 영역마다 담당 정부 부처가 다른 것도 문제다. 현재 플랫폼의 독과점·갑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 결제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맡는다. 플랫폼 통신 접속 안정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고, 온라인 유통업 전반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한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처럼 급속히 성장하는 산업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렸다는 것이다.

[그래픽] 논란이 된 티메프와 모기업 큐텐의 ‘영업 형태’ 기고자 : 석남준 기자 이민준 기자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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