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이준환 남자 유도 81㎏급 동메달

"끝나고 할게요, 끝나고." 이준환(22· 용인대)이 31일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준결승전에서 패배한 뒤 이렇게 말하면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화가 난 표정이었다. 이준환은 이날 준결승에서 '숙적' 타토 그리갈라슈빌리(조지아)를 만났다. 골든 스코어(연장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절반을 내줘 이번에도 졌다.

이어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를 연장전 46초 만에 꺾고 난 뒤에 이준환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항상 금메달을 목표로 살아왔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날을 위해 열심히 했던 과정들이 떠올라 좀 울컥했다. 그런데도 아직은 상대보다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이준환은 2022년 6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그랜드슬램 남자 81㎏급에서 최강자들을 연달아 물리치고 금메달을 수확하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플레이에 IJF는 '번개맨(The Korean lightening)'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는 이유였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유도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준환 부모님은 "공자 논어에 나오는 '인재시교(因材施敎)'라는 말에 따라 아이를 키웠다"고 했다. '아이의 자질에 따라 서로 다르게 가르친다'라는 뜻. 부모님은 운동신경이 좋은 아이 적성을 찾아주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녔다. 이준환에게 수영, 태권도, 축구, 킥복싱을 시켜봤다. 그런데 어릴 적 유도를 배우지 않았을 때부터 이준환은 조짐을 보였다. 어머니 김원주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가 장난치면서 손을 잡고 밭다리를 걸었는데 안 넘어지고 버티더라. 준환이 친할아버지가 일제 시대 때 유도 선수였다고 하더라. 어떤 성적을 거두셨는지는 잘 모르는데 그렇게 들었다. 대를 넘어 재능이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이후 이준환을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원 영통구의 한 유도장에 다니게 했다. 그를 지도했던 이선형 관장은 "승부욕이 굉장해서 그랬는지, 형들을 이기고 난 뒤에 상당히 까불었다"고 말했다.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어머니는 "준환이가 유도를 배우고 석 달 만에 경기도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석 달 뒤에는 녹색 띠를 매고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했다. 이 관장도 "5학년 때 이미 유도장에 있는 중학생들을 다 이길 정도였다"고 했다. 나중에 이준환은 유도의 예절을 깨쳤다. 어머니는 "'엄마, 유도는 고개를 숙이는 종목이니까, 나도 엄마도 너무 목에 힘주고 다니면 안 돼.' 생각이 깊은 아이라 오히려 엄마가 할 이야기를 얘가 할 때도 많다"고 전했다.

이준환의 막내 이모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은미다. 이준환은 이모가 '올림픽에서 이모가 못 이뤘던 금메달 꿈을 이뤄 줄 거지?'라고 묻자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한다. 그 약속은 일단 4년 뒤로 미뤘다. 그리고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집이 잘사는 편은 아니었는데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행복하게 해주신 거 같아서 너무 고맙고 다음 LA(올림픽) 때는 금메달 따서 목에 걸어줄게요." 기고자 : 파리=이영빈 기자 양승수 기자
본문자수 : 165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