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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시중은행보다 높아져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3년 전 시중은행에서 연 4.3%대 금리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지난 1월 연 3.5%대 금리의 인터넷은행으로 갈아탔는데, 최근 들어 인터넷은행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을 웃도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대출을 갈아탈 때 6개월 주기 변동금리 조건으로 했다. A씨는 "현재 월 소득 400만원 중 157만원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데, 이자가 더 늘어날까 불안하다"고 했다.

올해 초 대환대출이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은행으로 대출 갈아타기에 나섰던 금융 소비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대출 갈아타기 영업에 나섰던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금리를 낮추는 시중은행과 달리 금리를 올리면서 일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단기에 금리가 다시 책정되는 변동형 대출로 갈아탄 소비자가 많은 데다, 다시 다른 은행으로 옮기기엔 중도 상환 수수료 부담도 상당하다는 불만이다.

◇인터넷은행 금리, 일부 시중은행 추월

1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난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분할 상환 방식·만기 10년 이상) 평균 금리는 각각 연 3.93%, 4.0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연 3.86%, 연 3.90%)과 비교해 각각 0.07%포인트, 0.13%포인트 오른 것이다. 1년 전(연 3.93%, 연 3.85%)과 비교해도 각각 0.1%포인트, 0.08%포인트 올랐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출 금리는 내리는 추세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농협 연 4.88%, 우리 연 4.18%, 신한 연 4.15%, 하나 연 4.15%, KB국민 연 4.10%였는데, 올해 4월 각각 연 3.87%, 연 4.13%, 연 4.08%, 연 3.75%, 연 4.04%로 떨어졌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도 1년 전 연 4.29%에서 올 4월 연 3.97%로 0.3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4월 기준 하나은행·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보다 낮아졌다. 올 초만 해도 3%대 중후반 금리를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모으던 인터넷은행의 금리 수준이 일반 은행을 추월한 것이다.

인터넷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은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중도 상환 수수료 때문에 다른 은행으로 옮기지도 못하는데, 낮은 금리로 호객하고선 이제와 금리를 높이는 것이냐"고 했다. 김희곤 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인프라가 개시된 지난 1월 카카오뱅크·케이뱅크로 넘어온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5722억원으로 같은 기간 5대 은행을 합친 3212억원보다 약 1.8배 였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약 31조3960억원 수준이다. 1년 전년 동기(16조7400억원)보다는 14조6560억원(87.6%) 불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1분기 511조2320억원에서 올해 1분기 536조6470억원으로 4.9%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당국 "저금리 대환대출은 혁신 아냐"

인터넷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최근 상승세인 것 등의 영향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픽스는 모든 은행에 적용되는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은행이 대출자의 신용도와 마진을 고려해 시중은행보다 더 큰 폭으로 가산금리를 높였다는 의미다.

은행권에선 금융 당국이 인터넷은행의 저금리 영업 행태를 지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3월 5대 금융지주와 인터넷은행 3사 재무 임원을 모아 비공개 가계대출 점검 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확대 속도를 지적했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들과 차별화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포용금융 등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인터넷은행이 가장 손쉽게 자산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주택담보대출을 대환(대출 갈아타기)으로 끌어오는 것"이라며 "시중은행이 다 심사해 둔 대출을 좋은 조건으로 뺏어오는 것은 금융 당국이 생각한 혁신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픽]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 추이

[그래픽]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기고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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