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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物相] 봄날에 찾아온 가을 하늘

    김민철 논설위원

    발행일 : 2024.06.07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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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화창한 날씨에 하늘이 맑아져 북한산에서 멀리 개성 송악산, 인천 앞바다를 보았다는 체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공기가 깨끗해져 가시거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5월 중순엔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먼지가 씻겨 내려가 서울의 가시거리가 38㎞로, 평소의 4배 수준을 보인 적도 있었다. 경기도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농사짓느라 논둑을 걷는 모습은 물론 북한 마을의 창문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빛의 산란 때문이다. 빛이 지구로 들어오면서 대기 중 입자를 만나면 산란이 일어나는데, 그중 파장이 짧은 파란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 중에 입자가 큰 수증기나 먼지 등이 있으면 하늘이 흰색으로 뿌옇게 보인다. 보통 가을엔 북동풍을 타고 선선하고 건조한 공기가 들어와 대기 중 수증기가 다른 계절보다 적다. 이 때문에 하늘이 높고 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하늘이 딱 가을 하늘 같다.

    ▶보통 요즘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땐 중국 쪽에서 서풍이 분다. 이 서풍을 타고 미세 먼지나 황사가 몰려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올해는 서풍 대신 북풍이 자주 불었다. 북쪽에서 선선하고 수증기가 적은 건조한 공기가 불어오면서 가을 하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북풍이 좋은 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북한이 동력 장치가 없는 '오물 풍선'을 잇따라 날려 보낼 수 있었던 것도 북풍 덕이었다. 바람의 방향은 대남 전단과 대북 전단을 뿌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5월 서울의 미세 먼지(PM10) 농도가 1㎥당 33㎍으로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5월 중 공기가 가장 맑았다는 것이다. 깨끗한 5월 공기는 비교적 잦은 비와 북풍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지난달 서울의 강수량은 125.1㎜로 평년(103.6㎜)보다 많았다. 주기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먼지를 씻어 내렸고 마침 건조한 북풍도 불어오면서 국내 오염 물질까지 멀리 날려 보냈다.

    ▶2019년 봄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150㎍/㎥을 오르내리는 최악의 공기 대란을 겪었다. 말 그대로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로 대기 질이 최악인 날이 많았다. 아이들이 하늘을 그릴 때 파란색 대신 회색 크레파스를 칠했다는 기사를 쓴 것도 그때였다. 요즘 가을 하늘 같은 하늘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비와 북풍만 아니라 정부의 미세 먼지 저감 대책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믿는다. 하늘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으면 좋겠다.
    기고자 : 김민철 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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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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