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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그리운 이를 AI로 복원하시겠습니까?

    백수진 기자

    발행일 : 2024.06.07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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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웨이·김태용 부부의 가족 영화 '원더랜드'

    인공지능(AI)도 그를 만나면 따뜻해진다. 김태용(55) 감독이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영화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AI로 복원해 사랑하는 사람을 영상 통화로 다시 만나는 이야기. SF의 외피를 썼지만, 과학 기술로라도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채워보려는 먹먹한 가족 영화다. 탕웨이·수지·박보검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으며 개봉 첫날인 5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원더랜드'는 일종의 디지털 내세(來世)로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구현할 수 있다.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AI가 된 바이리(탕웨이)는 원더랜드 속에선 고고학자로 사막을 누비고, 사고로 의식 불명이 된 남자 친구 태주(박보검)를 그리워하던 정인(수지)은 AI 태주를 우주 비행사로 만든다. 5일 만난 김태용 감독은 "AI 가족이나 애인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면서 "AI가 발전하면 언젠가는 누구와도 헤어질 수 없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상상하게 됐다"고 했다.

    ―어린 딸을 위해 AI가 된 엄마, 철딱서니 없는 AI 손자처럼 다양한 가족이 등장한다. 대안적인 형태의 가족을 보여줬던 대표작 '가족의 탄생'이 떠올랐다.

    "제작자도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선 '가족의 탄생 SF 버전이네'라고 하더라. 그땐 가족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물었다면, 이번엔 기계까지 포함해서 우리의 관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가족과 보면 할 얘기가 많아질 것 같다. 나라면 서비스를 신청할지 상상해 보게 되는데, 가격은 얼마쯤인가.

    "영화엔 나오지 않았지만, 원더랜드 백서가 있었다. 맞춤형 가상 세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비 200만원이 있다. 그다음부턴 요금제에 따라 다른데 월 사용료 5만원부터 시작된다."

    ―과학 기술적인 설명은 거의 생략됐다. 정통 SF를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뇌과학자와 물리학자에게 자문했는데, 오히려 과학자들은 기술로 인해 변화하는 인간관계를 흥미로워하더라. 과학적인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기술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와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

    ―물리학은 왜 필요했나.

    "AI가 자신이 사는 세계가 가짜라는 걸 깨닫는 과정에 대해 논의했다. 원더랜드 안에선 AI의 감정이 물리적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영화적인 가설도 세웠다. 외로움, 분노, 인정 욕구 같은 다양한 감정이 AI를 진화시키는 걸 보면서 인간이 성장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을 거다."

    가족과 함께 만든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만추'를 통해 만난 아내 탕웨이와 감독과 배우로 재회했다. 맞벌이 국제 부부로 떨어져 지내며 영상 통화를 했던 경험이 시나리오에 반영됐다. 언론 시사회에서 탕웨이는 '만추'와 비교했을 때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달라진 건 체중뿐"이라고 농담하며, "여전히 인내심이 강하고, 세심하고, 주관이 뚜렷하다. 제가 계속 감독님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했다.

    ―탕웨이 배우와 집에서도 토론이 끊이질 않았다던데.

    "탕 배우가 AI를 연기하다 보니 어느 정도 사람처럼 보여야 할지, 어떻게 원더랜드라는 세계를 믿게 만들지 고민이 많았다. 한국어·중국어·영어를 섞어가며 소통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 현학적인 말로 포장할 수 없다는 장점도 있다."

    ―아내로서 탕웨이는 어떤 사람인가.

    "배우로서도,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에너지가 넘치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굳이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친구 같은 아내다. 제가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정말 친구 같고, 가끔은 누나 같기도 하다."

    ―원더랜드를 이용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탕 배우에게 화성에서 촬영하는 영화감독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맨날 영화 늦게 찍는다고 욕을 먹는데, 거기선 한 달에 한 편씩 내놓는 다작 감독이 되고 싶다(웃음). 아마 외계인과 인간이 등장하는 이상한 가족 이야기를 찍고 있지 않을까."
    기고자 : 백수진 기자
    본문자수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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