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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배전망의 전력난 경고] (4·끝) 조환익 前 한전 사장 인터뷰

    조재희 기자

    발행일 : 2024.06.07 / 종합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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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배전, 밀양 겪고도 바뀐 것 없어… 송전량 확대도 필요"

    "송배전망 건설 문제는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로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송전탑 건설을 두고 지역 주민과 한전, 정부가 몇 년 동안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갈등을 빚은 뒤로 보상 요구는 더 커졌고, 건설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송배전망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한국전력 사장으로서 밀양 송전탑 사태를 처리하며 경험했던 조환익<사진> 전 한전 사장을 6일 인터뷰했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동해안 신고리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경남 창녕의 변전소로 옮기기 위한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며 갈등을 빚은 일을 말한다.

    조 전 사장은 2012년 12월 한전 사장에 취임해 2014년 9월 완공 때까지 밀양 송전탑 건설을 총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송배전망 건설의 어려움을 보여준 첫 사례였다.

    "사장이 되고 1년 반 정도 되는 기간 동안 밀양에 마흔두 번 내려갔다. 마지막에는 결국 공권력이 동원되기는 했지만, 이미 주민 90%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태였다. 주민들과 함께 툇마루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설득했다. 저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누구 할머니 생신, 어느 집 제사 등 다 챙기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매달렸다."

    ―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아쉬웠나?

    "반핵 단체 등이 참여하며 조직적으로 반발 움직임이 생겼지만, 한전이 혼자서 해결하려다 때를 놓친 느낌이 강했다. 처음부터 한전에만 맡겨놓지 말고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도와줬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지역 공무원, 경찰 등이 중간에서 주민들 의견도 전달해 주고, 우리 입장도 전해 주면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앞으로도 송배전망 문제는 한전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중앙 정부와 지자체, 경우에 따라선 민간까지 모두 달려들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지금도 송배전망이 문제다.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나?

    "AI(인공지능)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송배전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반도체는 1년만 늦어도 대만과 같은 경쟁국에 다 따라잡힌다. 송배전망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류 국가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 사태를 겪으면서 지자체장들은 민원과 표를 의식해 협조를 하지 않기 시작했고, 주민들도 보상하기 전에는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이 됐다. 송배전망의 중요성은 더 커졌는데 건설은 밀양 송전탑 사태를 거치며 훨씬 어려워졌다."

    ―동해안에서는 원전과 석탄발전이 송전선이 없어 돌아가며 멈추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그렇게 절박하게 매달렸던 이유가 당시 건설 중이던 신고리 원전 때문이었다. 비싼 돈을 들여 만든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선이 없어 못 보낸다는 건 송배전을 책임진 한전 입장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한전이 큰 어려움을 겪는 건 알지만, 그때처럼 절박하게 송배전망 건설에 전력을 다했다면 지금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송배전망 문제가 밀양 송전탑 사태를 겪고서 한층 좋아졌어야 하는데 나아지지 못했다."

    ―송배전망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자파 영향은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지만, 송전선 때문에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받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공정한 보상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합리적인 보상을 확실히 하고, 갈등을 줄여 건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 송배전망 건설 기간을 단축하려면 무엇보다 갈등 관리가 중요하다."

    ―당장 시급하게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은 없나?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송전 용량 증량'을 검토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선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바로 다른 선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용량의 50% 이하로 송전선을 운용하고 있다. 산불 같은 재해나 사고로 송전선이 끊어지더라도 다른 선으로 바로 전기를 보내 정전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비 선로를 하나씩 더 두고 있는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인데, 8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해서 자동차는 4차선만 다니는 것과 같다. 다른 나라보다 송전 용량을 낮게 운용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가 용량을 늘렸을 때 정전 위험성이 얼마나 커지는지,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 등을 최대한 기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AI·전기화 시대에 경제적·사회적 득실을 따져서 특정 시간에 한해 송전 용량을 늘리는 등 운용의 묘를 찾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밀양 송전탑 사태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경남 창녕의 변전소로 옮기기 위한 765kV 초고압 송전선과 송전탑 건설을 밀양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며 갈등을 빚은 사태. 2008년부터 수 년간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며 공사의 중지와 재개가 반복되다가 2014년에야 건설이 끝났다. 국내에서 발생한 송배전 관련 최대 갈등으로 기록됐다.
    기고자 : 조재희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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