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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쓰이는 장비인 제어 감시 시스템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협력 업체들이 적발됐다. 경쟁 당국은 약 1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담합이 적발된 첫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피에스이엔지(현 대안씨앤아이)·두타아이티 등 반도체용 기계 제조업체 12곳이 지난 2015~2023년 약 9년간 334차례에 걸쳐 부당 공동행위를 벌인 데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4억5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12곳 가운데 작년 매출액이 가장 큰 것은 한화컨버전스(1352억원)였다. 나머지 11곳은 1년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의 비교적 작은 기업들이다.

이번에 담합이 적발된 입찰 분야는 반도체 제어 감시 시스템이다.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생산에 적합한 조건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유해가스 누출 감시 시스템, 공기 순환 제어 시스템 등의 품목이 이에 해당한다. 발주처는 삼성SDS였지만, 실질적인 수요처는 대부분 삼성전자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삼성 측이 이전에는 각 품목에서 강점이 있는 한 업체와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던 제어 감시 시스템 조달 방식을 '경쟁 입찰'로 바꿨다. 경쟁을 붙여 비용을 절감해 보자는 목적이었다. 그러자 이들은 업체들끼리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 몰래 담합을 시작했다.

이들은 각 품목의 낙찰 예정 업체와 들러리 업체를 정하고, 낙찰 예정자는 들러리 업체들이 투찰해야 하는 가격과 제출할 견적서 등을 전달했다. 들러리를 서기로 한 업체들은 그대로 따랐다. 이런 방식으로 몰래 합의된 낙찰 예정자들이 총 334건의 입찰 가운데 323건을 따냈다.

업계 일각에선 '관리의 삼성'으로 불리는 삼성전자나 삼성SDS가 중소업체들의 이 같은 담합을 9년간이나 눈치채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불법 담합을 걸러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원래 의도한 비용 절감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중간재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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