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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안룡(獨眼龍)'은 용맹무쌍한 외눈 장수를 말한다. 한쪽 눈이 선천적으로 기형이었던 당나라 말기 군웅 이극용(李克用)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한국에서는 궁예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독안룡 하면 단연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를 떠올린다. 그는 어렸을 적에 천연두를 앓아 한쪽 눈의 기능을 상실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마사무네는 전국시대 혼란을 뚫고 센다이(仙台)번을 창건하여 웅번(雄藩)으로 키운 난세의 지도자다. 한국과는 임진왜란에 참전한 악연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전쟁에 능한 전략가를 넘어 운하 정비와 농지 개간에 심혈을 기울이고, 상인과 기술자를 우대하여 경제와 문화의 융성을 도모한 유능한 치세로 평판이 높다. 히데요시, 이에야스 두 절대 권력자와 협력과 견제의 줄타기를 하며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한 처세의 달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글쓰기에 능한 문무양도의 무장이었던 그는 후손에게 인상적인 유훈(遺訓)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중 한 구절인 '오상훈(五常訓)'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유교의 기본 덕목인 '인의예지신'을 의미하는 오상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仁)이 과하면 나약해지고, 의(義)가 과하면 뻣뻣해지며, 예(禮)가 과하면 아첨이 되고, 지(智)가 과하면 거짓을 말하고, 신(信)이 과하면 손해를 본다."

공맹의 가르침일지라도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그의 지론은 언뜻 '중용(中庸)'을 떠올리게 하나, 그보다는 마키아벨리즘에 가까운 지도자의 처세술로서의 균형 감각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숱한 생사의 갈림길을 겪으며 경험으로 터득한 자기 관리, 대인 관계의 경지라고도 할 수 있다. 정치, 외교, 기업 경영 등 현대 사회에서도 선의와 도덕, 의리와 인정만으로는 냉엄한 현실에 대처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 난세의 생존 철학을 구하고자 한다면 마사무네 공(公)의 훈계에 귀를 기울여도 좋을 것이다. 기고자 :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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