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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軍 연병장·건물 옥상 등 활용 '물그릇 만들기 대작전'

지난 20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호수. 평소 물이 찰랑찰랑했던 호숫가에 흰 자갈밭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21만7000㎡ 크기 호수에는 평소 109만t의 물이 차 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서울대공원이 파이프를 이용해 호수 물을 양재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올여름 폭우가 쏟아지면 이 호수 전체를 빗물을 담을 그릇으로 사용하기 위해 미리 물을 빼 놓은 것이다. 현재 109만t 중 60만t의 물을 빼냈다. 호수의 수위도 5m에서 3m로 낮아졌다. 양재천으로 이어진 곳에서는 수문(水門)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대공원 호수를 '미니 댐'처럼 쓰기 위해 수문까지 만들고 있다"며 "6월 완공되면 빗물 60만t을 담을 수 있는 '물 그릇'이 생기는 셈"이라고 했다. 이는 서울에서 가장 큰 배수 시설인 양천구 신월 빗물 터널(32만t)의 2배 규모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재천이 지나는 서초구, 강남구 일대의 침수 피해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올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물그릇 만들기 대작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공원 호수뿐만 아니라 관악산 호수공원과 보라매공원 연못, 구로구 항동저수지 등 서울 관내 6개 저수지·연못의 물을 미리 빼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 곳곳에 빗물을 담을 물그릇을 확보해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물폭탄'을 저장했다가 천천히 흘려 내보내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는 올여름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최근 기상 전망에서 '올여름은 예년보다 강수량이 많거나 같을 확률이 80%'라고 예상했다. 기상 이변 등으로 서울에 시간당 30㎜ 이상 집중호우가 내린 날이 2016년에는 6일이었는데 2020년 이후에는 해마다 10일이 넘는다. 지하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짓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도림천에 지으려는 대심도 빗물 터널은 2028년에야 완공된다.

저수지나 연못뿐만 아니라 원래 물을 담는 용도가 아닌 건물들도 동원되고 있다. 저지대라 침수가 잦은 사당역 인근 수도방위사령부 연병장(운동장)도 물그릇으로 쓴다. 서울시 관계자는 "6월 중 연병장 입구에 차수판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빗물 6000t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악구 신림동 버스 공영차고지 공사장도 임시 저류지(貯留池)로 활용한다. 지하에 차고지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파고 있는데 그 공간에 물을 받겠다는 것이다. 관악구 사당IC 근처에 있는 저류조는 바닥을 더 깊게 파 빗물 저장 용량을 1만8000t에서 3만t으로 키우고 있다.

큰 물그릇을 만들기 어려운 강남역 등 도심에는 건물 옥상 배수구에 10㎝ 높이의 플라스틱 '배수 홈통'을 설치하고 있다. 배수 홈통을 설치하면 빗물이 건물의 배수관을 타고 바로 떨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려오게 된다. 사실상 건물 옥상에 물을 저장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구 서울시인재개발원,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등 공공 건물 옥상부터 설치할 계획"이라며 "배수 홈통 30개를 설치하면 빗물 400t 정도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천구 신월 대심도 빗물 터널 내부에는 적외선 방범카메라(CCTV) 4대를 설치한다. 양천구 관계자는 "빗물이 차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기고자 : 최연진 기자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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