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언론학 김민환·독문학 안삼환 교수

"'늙어서 주접떤다' 이런 말 하는 사람 있을 텐데 혼자 주접떨기보다 같이 떨면 괜찮잖아요."(김민환 교수) "김 선생님 뒤에 숨고 싶어요(웃음)."(안삼환 교수)

두 원로 학자가 같은 출판사(솔출판사)에서 나란히 신간 소설을 내면서 정답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김민환(79)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가 장편소설 '등대', 안삼환(80)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가 장편소설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를 펴냈다. 언론학과 독문학. 각 분야 전문 학자이지만,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는 4년 남짓 된 새내기 소설가들이다.

두 소설 모두 동학사상을 소재로 삼았다. 소설 '등대'는 1909년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벌어진 '등대 습격 사건'을 모티프로 삼는다. 일본이 조선 침략을 위해 세운 등대를 동학 신도들이 습격한 사건. 김 교수는 "소안도는 우리나라 항일운동의 3대 성지 중 하나다. '이 외딴섬에서 어떻게 항일운동이 그렇게 격렬하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비롯된 소설"이라고 했다. 동학 창시자인 최제우(1824~1864) 탄신 200주년을 맞아 동학의 정신을 되새기자는 취지도 담겼다. "주인 된 나, 주인 된 백성, 주인 된 민족. 그 개벽 정신을 돌아보자는 겁니다."

소설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의 주인공은 니체를 연구한 서양 철학자 최준기. 그가 최제우의 후손이라는 설정이다. 최준기는 독일 예나대학에서 '내 안에 하느님이 있다'는 동학사상을 소개하고,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내 가슴속에 계시는 하느님'을 언급하며 '동서 대화'를 촉구한다. 안 교수는 "BTS가 세계를 감동시켰는데 우리 문화의 근본은 뭘까 늘 궁금했다. 최근에야 '동경대전'(동학의 경전)을 읽고 우리 땅의 혼에서 나온 평등과 민주 사상이 그 근본 아닐까 싶었다"고 했다.

문학평론가인 임우기 솔출판사 대표는 "노(老)작가들이 한국 문단에 불어넣는 새로운 경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 교수가 꾸짖었다. "임 선생, 거 우리를 자꾸 늙었다고 하지 말고 새로운 분류 좀 만들어요." 기고자 : 황지윤 기자
본문자수 : 80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