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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한·미·일 중심축, 한·중·일 보조축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발행일 : 2024.05.17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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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일 협력이 우리 외교의 중심축이라면, 한·중·일 협력은 보조축이다. 미국과 중국 중에서 하나만 택할 수 없는 한국으로선, 한·미·일이 한·중·일 협력을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고 첨단 기술을 보호하는 포괄 안보의 핵심 기제는 한·미·일 협력이다. 그러나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은 한·중·일 간의 협력을 배제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힘쓴 결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다. 이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사태로 미뤄졌던) 한·중·일 정상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동조 세력을 규합해 가는 작금의 국제 정세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의 상황과 유사하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중국·러시아·이란과 미국·EU·영국이 대립하고, 동북아에서 북한·중국·러시아와 한국·미국·일본이 반목하는 상황은 1차 세계대전 이전에 '3국 동맹'(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과 '3국 협상'(영국·프랑스·러시아)이 경쟁하던 것과 비슷하다.

    당시 유럽의 불행이 시작된 지점은 독일이었다.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프로이센은 1871년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독일연방 내 모든 회원국을 통합해 독일제국을 세웠다. 독일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동맹을 맺었고, 이를 이탈리아로 확대해 1882년 삼국동맹(triple alliance)을 결성했다. 이는 중국이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후 동남아에 침투하고 21세기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며 러시아와 연대하고 이란과 협력하는 것과 유사하다.

    20세기 초 영국은 패권(覇權)을 향한 독일의 야망을 간파하고 유럽 내 세력 균형 유지 전략에 돌입했다. 영국은 프랑스·러시아 동맹(1894)을 기반으로 1904년 프랑스와, 1907년 러시아와 연대하여 영국·프랑스·러시아 간 삼국협상(triple entente)을 탄생시켰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나토 핵심 동맹국을 규합하고, 아태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의식해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쿼드(Quad)를 만들며, 미국·호주 동맹에 영국까지 불러들여 오커스(AUKUS)를 결성한 것과 비슷하다.

    20세기 초 유럽의 '화약고'는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세력 다툼을 벌인 발칸반도였다. 오스트리아는 발칸의 맹주 세르비아가 군침을 흘리고 있던 보스니아를 병합해 동남부 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했고, 러시아는 세르비아를 지원해 오스트리아의 야심을 저지하려 했다. 현재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의지를 숨기지 않는 중국과, 동중국해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일본의 모습과 유사하다.

    결국 1914년 6월 28일 세르비아 청년이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를 암살하자 오스트리아와 러시아가 충돌했다. 오스트리아의 동맹국인 독일은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프랑스와 러시아를 침공했다. 이를 좌시할 수 없었던 영국은 독일에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발칸반도에 해당하는 것이 현재의 대만해협이다. 대만해협에 '변고'가 생긴다면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 암살 사건 못지않은 파장을 인태 지역에 몰고 올 것이다. 미일 동맹은 중국에 의한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에 미치는 여파로 인해 한미 동맹도 관여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일 1차 세계대전 전 오스트리아와 러시아가 발칸반도를 놓고 경합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 뒤에 버티고 있던) 독일이 야망 실현을 위해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프랑스와 러시아가 독일과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했으면 어떠했을까? 독일은 (이러한 소통을 통해) 섣불리 유럽의 현상을 변경하면 독일제국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냉철한 판단을 내려, 우리 모두 세계대전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패권국'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도전국' 중국과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필요하다. 따라서 이달 말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은 그 의미가 크다. 한·미·일 중심축을 보완하는 한·중·일 보조축이 덜컹거리지 않게 한국이 잘 관리해야 할 전략적 과제가 생겼다.
    기고자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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