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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주로 세계유산이나 문화재 환수 문제 등 문화유산에 대한 것들이다. 사실 바쁜 업무 중에 연구도 병행하는 형편이라 강의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과의 만남을 멀리할 수 없는 이유는 나도 수업 중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이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학부 1학년 시절, 지금은 은퇴하신 임효재 교수의 고고학 개론 시간이었다. 평범하게 생각했던 고인돌이었는데, 전 세계 고인돌의 70%가 한반도에 있고 심지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을 처음 배웠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그런 유산을 공동으로 보호하며 평화를 만들어가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이었다.

졸업 후 인턴과 계약직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18년이 흘렀다. 그간의 여러 경험은 강의의 큰 자산이다. 하회·양동마을이 세계유산이 되고, 아리랑이 파리에 울려 퍼지던 감동을 나눈다. 강제 노역이 있었던 일본 군함도가 세계유산이 된 안타까운 순간도 고스란히 이야기해 준다.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이 새내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몇 년 전 팔순이 되신 임 교수님을 다시 뵈었다. 고고학 개론 후 20년 만에 쓴 박사 논문을 드리며 그때의 인연을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신다. 아마도 이름조차 가물가물했던 학생의 인생에 본인의 수업이 그렇게 큰 의미가 된 것을 믿기 어려우셨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타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산다. 그래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니 의도치 않더라도 좋은 영향력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서로의 스승이 될지도 모르니까. 기고자 : 김지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선임전문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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