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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의대생' 말고 '데이트 살인'이 핵심

    유재인 국제부 기자

    발행일 : 2024.05.13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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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호주 시드니의 한 쇼핑몰에서 조엘 카우치라는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6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 6명 중 5명은 여성이었으며, 현지 경찰은 "카우치가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호주 전역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라"며 시위가 벌어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짧은 외신 기사를 읽고 떠오른 건, 2016년 한국 강남역의 한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다. 당시 숨어 있던 가해자는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다. 가해자는 체포 직후 경찰에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후 촉발된 '여성 혐오'라는 논쟁적 키워드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두 사건 모두 여성을 타깃으로 한 것은 분명했다. 호주의 범인은 당시 쇼핑몰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 중 5명의 여성을, 강남의 가해자는 화장실을 거쳐간 수십 명의 사람 가운데 한 명의 여성을 살해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자신보다 약한 피해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다. 같은 신장이라도 골격과 근육량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나는 자타 공인 동년배 여성들보다 힘이 세다고 여기며 30년을 살아왔지만, 남자 친구와의 팔씨름에서는 단 한 번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많은 여성은 남성과 우정을 쌓고, 연애나 결혼을 하고, 직장 동료가 되고, 부모·자식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여성이 피해자가 될 확률도 높아진다.

    2022년 경찰청 '주요 젠더폭력범죄 신고자 성별 분류 현황'에 따르면 교제 폭력 신고자 가운데 여성은 4만2912명으로, 남성 신고자보다 약 두 배 많았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분석했을 때,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은 138명으로 집계됐다.

    특정 성별을 가진 모두가 잠재적 가해자라는 것은 아니다. 교제, 혹은 젠더 살인의 피해자가 무조건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신체적 차이로 인해 여성이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고,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는 17일은 강남역 살인 사건 8주기다. 그동안 신림 등산로 살인 사건, 인하대 강간 살인 사건, 신당역 살인 사건, 거제도 폭행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며칠 전 강남역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남성이 교제하던 여성을 살해했다. 세 번째 '강남역 살인 사건'을 막으려면, 이번 사건은 '명문 의대생'이 아니라, 남녀 관계에서 여성을 상대로 남성이 저지른 살인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고자 : 유재인 국제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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