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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원작 '더 라스트 리턴'

전회 전석 매진 중인 인기 연극, 오펜하이머의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 마지막 공연날. 예매 못 한 사람들이 극장 매표소 앞에 모여들었다. 조용히 줄 서 있다가 순서대로 취소 표를 사면 되지 않냐고? 세상일이 그렇게 평안히 흘러갈 리 없다. 누가 먼저냐를 놓고 벌이는 논쟁 속에 고조된 긴장은 끝내 서로를 향해 총칼을 겨누는 부조리한 결말을 향해 폭주한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더 라스트 리턴'(소냐 켈리 작, 윤혜숙 연출)은 감탄스러울 만큼 지적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재기발랄하다. 헛헛한 논쟁에 폭소를 터뜨리다, 무릎을 탁 칠 만한 깨달음으로 이끄는 아일랜드 원작 희곡의 쫀쫀함이 최고의 매력 포인트.

평범한 연극 관객 같지만, 뜯어 보면 무대 위 인물들은 세상에 만연한 부조리의 한 측면을 각각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엔 연극 표 따위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됐다'고 큰소리치는 교수(정승길)는 심리적 문제인 요실금 탓에 한 번도 연극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 구시대적 권위는 유통기한을 다했고, 제 한 몸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처지는 서글플 뿐이다.

전쟁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연극을 보러 온 참전 군인(우범진)은 무인기 폭격으로 전쟁 영웅이 된 과정을 게임하듯 재연한다. 비인간적 현대 전쟁, 대의에 휘둘려 억압과 통제에 순응하는 시대를 향한 냉소다. 가장 제정신인 듯 보였던 우산 든 여자(최희진)는 실은 절박하다. 이 연극을 관람한 사람만 우대하는 기괴한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이 연극을 봐야 하는 처지. 본질보다 겉멋에 마음을 뺏기고, 편 가르기에 집착하는 현실이 대사 속에 녹아 있다.

막바지에 이르면, 연극은 전지구적 불평등, 문명의 야만성에 대한 우화로 급격히 소용돌이친다. 전석 3만5000원, 공연은 18일까지.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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