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1형 당뇨, 60세 이상 환자 43%지만
7%인 19세 미만만 지원… 불합리

"병을 앓는 환자가 많은데, 정작 의료기기 하나 제대로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그 고통은 오롯이 환자들이 감내할 뿐이죠." 김미영(47)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가당뇨병 환자들이 처한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김 대표는 1형 당뇨를 앓는 아들의 엄마이자, 국내 1형 당뇨병 환자 4만5000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환우회 대표다.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뉘는데, 유형에 따라 증상과 치료법이 다르다. 그는 "노화,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으로 생기는 2형과 달리, 1형은 자가면역 문제로 발생한다"며 "완치가 불가능한 탓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제도상 의료기기 사용에 제한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휴온스글로벌 본사 지하 2층에서 그를 만나 당뇨 환자가 처한 현실을 들었다.

◇당뇨 의료기기 지원금 상향됐지만… 의료기기 선택 폭 여전히 좁아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인슐린자동주입기 급여 지원 기준을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 2월, 1형 당뇨병 환자의 당뇨 의료기기 가격 인하 정책을 펼쳤다. 펌프 기능에 따라, 지원금액을 170만 원에서 각각 450만 원(복합폐쇄회로형), 250만 원(센서연동형)으로 올린 것. 하지만 만 19세 미만에 한해서였다. 김 대표는 "1형 당뇨병 환자 중 19세 미만은 단 7%에 불과하다"며 "60세 이상이 절반에 가까운 43%에 달하는 만큼 지원 대상을 전 연령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뇨병 증상은 같은데, 의료기기 선택에 따라 지원받을 금액이 달라지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단 한 번이라도 급여 지원을 받을 경우 다른 기능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탓에 환자들의 의료기기 선택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1월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를 앓던 7살 딸과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회상했다. 일찍이 영국·일본 등 해외에선 1형 당뇨병 환자의 부담을 경감시킬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환자가 부담하는 비중이 높은 게 현실이다.

"당뇨병 환자는 약을 구매할 때 본인 부담금만 내는 다른 환자와 달리, 의료기기에 대한 전체 금액을 지불합니다. 이후 영수증과 기타 증빙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 심사를 거쳐 환급받는데요. 하지만 저소득층은 큰 금액을 선 결제하기 부담될 수 있고, 치료부터 후속 관리까지 오롯이 환자가 일일이 알아봐야 하니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휴온스, 연속혈당측정기 기증 도움 돼… 의료기기별 금액 통일해야"

일부 기업에서 난관에 봉착한 당뇨병 환자를 지원한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 얼마 전 휴온스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에 연속혈당측정기 '덱스콤G6' 6000개를 기증했다. 1형 당뇨을 앓던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1형 당뇨인이 처한 어려움을 도와달라"는 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이다. 김 대표는 "환자가 직접 경고 기능을 설정할 수 있고, 혈당에 문제가 생길 때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보니 관리가 편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일 뿐, 김 대표는 큰 틀에서의 변화를 강조했다.

"당뇨 의료기기를 선택할 때 미국처럼 의료진과 함께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인슐린 양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등을 배워 치료에 활용해야 합니다. 1형 당뇨 환자는 제때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펌프별로 다른 금액을 통일해 어떤 제품을 쓰더라도 같은 금액에서 이뤄지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아울러 환자가 당뇨 의료기기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폭넓은 교육 환경이 제공되는 것도 필요합니다." 기고자 : 이영규 메디컬 리포트 기자
본문자수 : 187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