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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고향인 아르헨티나 산타페주(州) 로사리오를 최근 방문했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영광의 순간 대부분을 유럽 시절에 보냈기에 아르헨티나에서 보낸 유년기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아 왔다.

로사리오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서쪽으로 300㎞쯤 떨어진 인구 135만 대도시다. 브라질에서 시작돼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파라나강을 끼고 있어 항만을 통한 곡물 운송으로 번성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마약 카르텔이 로사리오를 거점으로 전국에 마약을 공급하면서 범죄의 온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2월 집권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로사리오를 지목해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길가를 지나던 중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받았다. 특파원으로서 아르헨티나에서 지낸 지난 1년간 불심검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분증을 내밀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경찰관은 "원래도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인데 최근 마약 카르텔 문제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주의하고 있다"며 얼른 볼일을 보고 떠날 것을 권고했다. 같은 날 경찰에게 한 번 더 검문을 받았다. 경찰은 웬만하면 차로 이동하라고 조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메시의 생가 '에스타도 데 이스라엘 525번지'에 다다랐다. 13세에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나기 전까지 살며 유년기 전체를 보낸 곳이다. 2층짜리 주택 벽면에는 국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메시가 경기장 한가운데 앉아 하늘을 응시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출입문에는 이웃과 방문객들이 아르헨티나 국기 모양의 리본에 메시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문구를 적어 걸어놓았다.

주민들 소개로 50m쯤 떨어진 엘 캄피토(El Campito·작은 들판)에 도착했다. 어린 메시가 친구들과 공을 차고 놀았던 곳이다. 관리인 마르셀라는 이곳에서 마을 아이들을 위한 작은 축구 클럽이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고향 아이들을 위해 메시가 종종 축구용품 등 선물을 보내주고 있다"고 했다. 마르셀라는 자신이 메시 형수인 로사나 바셰호스의 언니라고 소개했다. 그는 "메시는 어릴 때부터 속임수 없는 단순한 사람이었다"며 "형수와 조카 등 가족 하나하나를 세심히 챙길 정도로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메시가 자신을 키워준 고향팀에 돌아와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는 '낭만'을 실현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 때문일까. 근처 여러 노점에서는 벌써부터 메시의 이름과 등번호 10을 새긴 뉴웰스 올드보이스(메시의 아르헨티나 친정팀) 유니폼을 팔고 있었다. 기고자 : 서유근 부에노스아이레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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