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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부싯돌 프로젝트'

정근수(22)씨는 돈을 벌기 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당시 열여덟이던 그는 퀵서비스, 식당 서빙, 배달일을 전전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잦았고, 할머니도 부양해야 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청소년, 이른바 '영케어러'다. 정씨는 "배달일을 하면서 세 번의 사고가 있었고, 그중 한 번은 전치 6주 진단을 받을 만큼 큰 사고였다"며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시 오토바이를 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최근 정씨는 전북 부안에 있는 통신설비 회사에 입사해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수년간 해오던 배달일을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하게 된 건 월드비전과 부안군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부싯돌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다. 월드비전과 부안군은 지난 3월지역에서 자립을 꿈꾸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실전형 취·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정씨는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고,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는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 저소득 청년 등 포함해 자립을 꿈꾸는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선발된 청년들에게 매달 생활비 60만원을 지원하고, 공유주택인 어울림쉐어하우스에 거주공간도 제공한다. 이곳에서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유도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양봉으로 수확한 꿀을 활용한 고향사랑 기부제 상품 개발 ▲갯벌·꿀벌·농업 등 기후변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가족단위 체험 여행 프로그램 개발 ▲비건 밀키트 개발 등을 진행했다.

이처럼 청년 지원사업에서 NGO와 지자체가 협력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NGO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단발성 지원이 아닌 실질적으로 필요한 취창업지원을 할 수 있고,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는 청년들을 유치해 지역 활성화에 보탬이 된다는 입장이다.

경기 안양에서 전북 부안으로 온 김지선(가명ㆍ20)씨는 쉐어하우스에서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단기 프로젝트로 60대 고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기 위해 배경 조사와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보기도 했다. 김씨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취업에 성공했지만 1년도 다니지 못하고 퇴사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방임과 무관심으로 일찍이 독립했던 김씨는 "친구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어떻게 하면 빨리 자립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느라 정작 꿈을 찾을 겨를이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시간을 갖고 진로를 고민하면서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싶다"고 했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대부분 20대 초반으로 구성된 부싯돌 프로젝트 1기는 4대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며 "2~3기 프로젝트에서는 사업모델을 더욱 강화하고 여러 지자체와 협업해 자립이 필요한 전국의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문일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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