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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스쿨스 포 아시아'

인천에서 국어교습소를 운영하는 정진아(54)씨는 기부를 위해 돈을 모으는 통장이 따로 있다. 4년 전에는 통장에 모인 2억원을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60살이 되기 전 또 한 번 아이들을 위한 고액기부를 하는 것이 목표다. "제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남에게 걱정 없이 밥을 사줄 수 있느냐예요. 그 기준대로라면 전 이미 부자거든요. 빨리 돈을 모아서 기부할 생각을 하면서 살면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매일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거잖아요."

정씨의 기부금은 라오스 오지마을 사라반 지역 아동의 교육을 지원하는 '스쿨스 포 아시아(Schools for ASIA)' 캠페인에 쓰였다. 사라반 지역에서는 새롭게 설립된 교육시설 30곳에서 연간 450명의 아동이 혜택을 받고 있다.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돌아가려면 큰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잖아요. 그 계획에 동참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고액기부에 참여하는 평범한 시민이 늘고 있다. 기업가, 연예인 등 소수의 자산가뿐 아니라 자영업자, 의사, 교수, 스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선뜻 큰 금액을 내놓는다. 송샤론 유니세프 특별후원팀 대리는 "유니세프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스클럽' 회원의 성별과 연령, 직업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 '아너스클럽'은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회원은 총 139명. 2015년 출범 이후 매년 8~10명씩 늘다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등 연이어 재난상황이 벌어지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22년에만 16명, 2023년에는 24명이 신규로 이름을 올렸다. 회원 평균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5년 아너스클럽 출범 당시 평균 연령은 62.2세에서 지금은 평균 59.6세로 내려갔다.

올해로 아너스클럽 출범 10년째. 나눔의 기쁨을 공유하기 위해 주변에 고액기부를 권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기존 회원의 배우자도 추가로 가입하거나 자녀의 이름으로 가입하는 경우다. 직장 동료에게 나눔을 권유하기도 한다. 서울 광진구에서 안과 병원을 운영하는 이종욱(41)씨는 2021년 아너스클럽에 먼저 가입한 후 동료 의사들에게 기부를 권했다. 같은 병원에서만 2명의 의사가 추가로 아너스클럽에 가입했다. 이씨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받은 사랑과 믿음을 주변에 나눠야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인들에게도 기부를 권했다"고 말했다.

고액기부의 물꼬가 트인 건 고(故) 박양숙(당시 82세) 여사의 기부였다. 박 여사는 2010년 유니세프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역대 기부금 중 최고액이다. 기금이 어린이 교육에 사용되길 바란다는 박 여사 뜻에 따라,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글로벌 교육 캠페인 스쿨스 포 아시아 캠페인을 2012년 시작했다. 이전까지 교육 지원 사업은 아프리카에 편중돼 있었다. 당시 박 여사의 기부금을 마중물 삼아 아시아 저개발국의 아동 교육에도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현재 프랑스, 호주,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등 9개국 유니세프위원회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캠페인 누적 기부액은 2022년 기준 1억2000만달러(약 1655억원)에 이른다. 이 기금은 라오스, 몽골, 베트남, 필리핀, 동티모르, 파푸아뉴기니 등 6국에서 영유아를 위한 교육 시설 설립, 식수, 위생시설 공사, 교육 정책 개선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출범 30주년을 맞은 올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유니세프 본부에 기금을 많이 보내는 국가다.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장은 "우리나라가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된 건 50만명에 이르는 정기 후원자들의 마음이 모인 덕분"이라며 "유니세프는 앞으로도 소중한 기금이 꼭 필요한 곳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최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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