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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죽' 비난받지만… 이기고 싶은 간절함이죠

"당연히 우연이죠. 성빈이 스타일에 그게 노려서 되겠어요?"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57) 감독에게 지난 21일 KT와 더블헤더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친 황성빈에 대해 묻자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은 진지했다. "뭔가 좋은 흐름이 온 거 같아요.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쭉 지켜봤는데, 뒤에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요즘 야구판을 뒤흔드는 마성의 남자 '마황' 황성빈(27). 23일 경기 전에 만난 그는 하루 홈런 3개를 몰아친 기쁨과 별개로 이른바 '깐죽' 플레이로 불거진 비판에 자세를 낮췄다.

"이제 지나간 경기는 잊으려고요. 너무 취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다음 걸 또 해야죠."

황성빈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6일 KIA전에서 처음 불거졌다. KIA 선발 양현종(36)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간 뒤 도루를 할듯 말듯 하는 페이크 동작을 6번 반복해 '비매너'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 감독도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황성빈은 "언제든 도루할 수 있다는 걸 상대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다"며 "지나고 보니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뒤 양현종은 "주자는 투수를 괴롭히고 흔드는 게 할 일이고 임무"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에 황성빈도 "양현종 선배님이 그렇게 말해주셔서 더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롯데의 9연패를 끊어낸 지난 18일 LG전에서도 또 논란이 있었다. LG 선발 켈리의 공을 쳤는데 파울이 됐고, 전력 질주로 달려 나간 뒤 느릿느릿 돌아온 태도에 켈리가 나중에 뭔가 소리를 지르면서 양팀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그는 "그런 타구를 치면 전력 질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돌아올 때 오래 걸린 걸 불편하다고 하신 분들이 있어서 오해 사지 않게 조심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 보고) 밉상, 밉상 하는데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은 몰라도 황성빈한테는 그런 기회 하나하나가 정말 간절하다"고 말했다. "백업 선수들은 어쩌다 한 번씩 나가서 그 기회 하나로 2군에 가느냐 마느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절실한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자극하는 플레이가) 나온다"고 했다.

황성빈은 키가 172cm. 비교적 단신이다. 중3 때 야구로 진학할 고등학교가 없어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유급해서 1년 후 다시 진학할까 고민했는데, 기적같이 소래고등학교에서 야구부가 새로 생겼죠." 고교 졸업 때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해 경남대로 진학했고, 2020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4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지명을 받고 아버지와 끌어안은 채 펑펑 울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프로 입단 후 또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시즌이 연기됐고, 구단 수뇌부 권유로 곧장 군에 입대했다. 2년 뒤 돌아와 안간힘을 썼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지난해 부상을 당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간절하지 않은 선수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지금으로선 주어진 순간에 집중하고 모든 걸 쏟아붓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발이 빠른 그를 '황보르기니'라고 불렀던 팬들은, 이제 '황대포' '마황'이라고 부른다. 9연패를 끊은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5경기에서 21타수 12안타 3홈런 8타점 9득점 4도루. 시즌 타율도 0.176에서 0.394까지 급등했다. "지금 주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기고자 : 부산=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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