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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디자이너와 협업해온 H&M
한국 패션 디자이너 황록과 작업

'금의환향(錦衣還鄕)'이란 단어가 잘 어울린다. 화려하게 수놓은 비단옷 대신 단출한 검은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로크(ROKH)'라는 브랜드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패션 디자이너 황록(40)이 글로벌 브랜드 H&M의 디자이너 컬래버레이션(협업) 주인공으로 발탁돼 최근 한국을 찾았다. 오는 18일 전 세계에서 선별된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선보이는 '로크XH&M' 협업 제품 글로벌 론칭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황록은 H&M과 손잡은 첫 한국인 디자이너. H&M은 2004년부터 20년간 세계 톱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제품을 내놓고 있다. 디자이너의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징적 디자인은 그대로 가져오되 가격을 대중화해, 제품을 사려고 기다리는 '노숙 텐트족'을 전 세계적으로 양산하며 이른바 '오픈런' 트렌드의 시초가 됐다. 황 디자이너는 "대형 그룹의 디자이너와 함께 일한 H&M이 저 같은 독립 디자이너를 찾아왔기에 처음엔 기쁘면서도 얼떨떨했다"며 웃었다. 그의 패션은 수려한 재단과 단추 등을 이용해 여러 가지 의상으로 변용시킬 수 있다. 국내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와 에스파 카리나 등이 즐겨 입으면서, 국내외 1030이 찾는 브랜드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황록은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국으로 패션 유학을 떠났다. '패션 디자이너의 산실'인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이하 CSM)에서 공부했다. "패션을 몰랐기에 어쩌면 더 무모하게 도전했던 것 같아요. 한번 재미있다고 느끼니 손에서 옷을 놓지 못하겠더군요. 벼룩시장에 가서 옷을 뜯었다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며 옷의 본질을 파고들었습니다."

CSM을 수석 졸업한 뒤 2018년 세계적 명품 그룹 LVMH프라이즈에 한국인 최초로 후보로 올라 2위 특별상을 받으며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과 성을 조합해 'ROK+H'로 브랜드 이름을 만들었는데,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을 떠올리는 팬들도 있다. 황록과 협업한 H&M 여성복 책임자 앤소피 요한슨은 "2019년 황록의 파리 데뷔 무대부터 줄곧 지켜보며 황록이 선사하는 예술성과 남다른 개성, 사고 싶게 만드는 마력에 빠져들었다"면서 "제가 느낀 마법 같은 아름다움을 많은 이가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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